전기요금 누진제 폭탄, 정부의 3대 거짓말

입력
2016.08.1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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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진제 완화 땐 전력 대란?

전력수급 비상 걸리는 시간은 낮

일반가정은 밤 9시 가장 많이 써

● 소득재분배 위한 누진제?

8년前 1구간 적용 가구 조사 때도

일반가구 94%, 기초수급 0.8%뿐

1인가구 늘었는데 제도 보완 안해

● 누진제 완화가 부자감세?

에너지 소비 중 전력 차지 비중

소득 낮은 가정일수록 더 커져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에 대한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지역본부 상황실에 전력수급 현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에 대한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지역본부 상황실에 전력수급 현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42년 된 징벌적 전기료 누진제와 전기요금 폭탄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자 정부는 7~9월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인하하겠다는 땜질 처방을 내 놨다. 그러나 정부는 누진제가 저소득층을 위한 제도여서 개편할 경우 전력대란과 부자감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본 입장은 고수하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그 동안 발표된 통계나 연구 자료만 봐도 정부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며 전기요금 체계의 전면 수술을 주문했다.

1. 저소득층 제도? 1구간 기초수급자 0.8%뿐

우선 전기요금 누진제가 저소득층을 위한 제도라는 정부 설명과 달리 실제 혜택을 보는 저소득층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6월 감사원의 ‘공기업 및 사업구조 관리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이 2008년 가정용 전기요금이 가장 싼 1구간(100㎾h 이하 사용) 요금(1㎾h 당 60.7원)을 적용 받는 3,025가구 중 2,171가구를 조사했더니 기초생활수급자·장애인·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은 130가구(6.0%)에 불과했다. 특히 기초수급자는 단 18가구(0.8%)뿐이었다. 감사원은 “1인 가구가 2010년 이미 24%에 달해 100㎾h 이하 사용자의 대부분이 저소득층이 아닌 일반 1인 가구(94%)로 바뀌었는데도 1구간 요금적용 가구 기준을 보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환경대학원장은 “형편이 나쁘지 않은 1,2인 가구 때문에 누진제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별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2. 전력대란? 주택 전기 낮 아닌 밤에 피크

누진제를 완화하면 전력 소비가 늘어나 2011년처럼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리는 시간대는 통상 하루 중 가장 더운 오후인 데 비해 주택용 전력 소비가 가장 높은 시간대는 주로 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11일 전력 수요 최대치 기록이 경신됐지만 시간은 오후 5시였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최고전력수요는 8,497만㎾로, 지난 8일 기록 8,370만㎾를 뛰어넘었다. 더구나 전력 수요가 사상 최대였음에도 전력 예비율은 8.5%(예비력 719만㎾)로, 지난 8일 7.1%(예비력 591만㎾) 보다도 여유가 있었다.

반면 한국전력 경제경영연구소의 2015년 8월 시간대별 주택용 전력소비계수를 보면 밤 9시가 1,330으로 가장 높았다. 일반적인 전력소비 최대치 시간인 오후 2시(1,016)나 오후 3시(1,017)에는 주택용 전력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전력소비계수는 1∼24시 월평균 전력사용량을 한 시간 단위 전력사용량으로 나눈 뒤 1,000을 곱해서 구한다. 1,000 보다 높으면 평균보다 많이 썼다는 뜻이다. 김진우 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 특임교수도 “전력수요가 최대일 때 용도별 전력소비를 보면 주택용 전기 비중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1일 쪽방촌 주민이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비좁은 방에서 홀로 더위를 견디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1일 쪽방촌 주민이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비좁은 방에서 홀로 더위를 견디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3. 부자감세? 저소득층 전기부담 더 커

일반적으로 부자가 전기를 더 많이 쓰는 경향이 있어 누진제를 완화하면 부자 감세가 될 수 있다는 정부의 설명도 설득력이 약하다. 현재 가정의 전체 에너지 소비 중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저소득층에게 오히려 크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경제연구원이 2007년부터 3년 마다 실시하고 있는 ‘에너지총조사’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전체 에너지 소비 중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월 평균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가구에서 29.4%로 가장 높았다. 100만∼200만원 가구는 26.8%, 200만∼300만원 가구는 25.2%, 300만∼400만원 가구는 22.9%, 400만∼500만원 가구는 22.2%로, 소득이 높을수록 하락하는 추세였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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