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의 배짱… 4개월째 수리, 교환ㆍ환불 “NO”

입력
2016.03.28 04:40

유명 여가수 등 소비자 수십 명

지프 ‘레니게이드’ 구입 직후부터

주차 브레이크ㆍ후방 카메라 오작동

‘언론 공개 금지’까지 요구하기도

판매사 “무상 수리 중… 문제없다”

지프 ‘레니게이드’. FCA 코리아 제공
지프 ‘레니게이드’. FCA 코리아 제공

한 수입차 업체가 출고 당일부터 문제가 발생한 차량을 4개월 째 고치지도 못하면서 고객의 입막음만 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유명 여가수 H씨는 지난해 11월 4,100여만원을 주고 지프 ‘레니게이드’를 샀지만 4개월간 실제로 탄 기간은 20일도 안 된다. 차를 받은 날부터 정차 시 엔진을 껐다가 출발할 때 다시 시동을 걸어주는 장치가 작동하지 않고 계기판에 각종 경고등이 제멋대로 들어왔다. 차량을 서비스센터에 입고한 지 이틀 만에 “다 고쳤다”는 말을 듣고 찾으러 갔지만 두 가지 문제는 그대로였다. 변속기 손잡이를 주차(P) 위치에 놓으면 자동으로 작동해야 할 주차 브레이크가 멋대로 풀렸고, 후방 카메라 화면에 차의 후진 방향을 표시하는 선도 사라졌다.

차를 판매한 강모씨는 “주차 브레이크는 오류가 있을 수 있고, 카메라 문제는 아직 국내 기술로 해결할 수 없으니 일단 차를 찾아가라”고 황당한 말만 늘어놨다. H씨는 차를 다시 서비스센터에 맡기고 돌아와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다.

H씨는 판매 회사에 교환 또는 환불을 요구했으나 거절 당했다. 카메라는 향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수리해줄 예정이고 주차 브레이크는 주행이나 안전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어서 교환이나 환불이 불가하다는 이유였다.

자동 주차 브레이크 설정이 이유 없이 해제되는 등 차량에 하자가 있고 수리가 되지 않으므로 환불해달라는 H씨의 내용증명에 대한 판매회사의 회신서. 중대한 결함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환불이 불가하다는 내용이다. H씨 제공
자동 주차 브레이크 설정이 이유 없이 해제되는 등 차량에 하자가 있고 수리가 되지 않으므로 환불해달라는 H씨의 내용증명에 대한 판매회사의 회신서. 중대한 결함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환불이 불가하다는 내용이다. H씨 제공

대신 판매 회사는 ▦남은 문제점에 대한 무상 수리 ▦과거 발생한 오류들이 한 달 안에 다시 나타나면 환불 및 교환 ▦문제 발생 시 차량 대여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다음날 도착한 확약서에는 무상 수리 외의 내용들이 빠져 있었다. 게다가 차에 있었던 문제를 언론, 제3자, 인터넷 게시물 등을 통해 외부에 알리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까지 있었다.

판매회사가 H씨에게 보낸 확약서. 수리를 맡긴 차량을 찾아간 이후에는 차량 결함 관련 이야기를 언론, 인터넷 게시물 등을 통해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H씨 제공
판매회사가 H씨에게 보낸 확약서. 수리를 맡긴 차량을 찾아간 이후에는 차량 결함 관련 이야기를 언론, 인터넷 게시물 등을 통해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H씨 제공

H씨는 27일 기자에게 “소비자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오로지 차를 찾아가게 해 문제를 서둘러 마무리 지으려고 한 것”이라며 “하자가 있는 차량을 버젓이 팔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500㎞였던 차 주행거리가 석 달 뒤 가보니 1,500㎞인 것을 확인했다”며 “시승차로 사용한 것 같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레니게이드는 FCA(피아트 크라이슬러 자동차그룹) 계열사인 지프에서 생산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국내에선 FCA 코리아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858대를 판매했다.

레니게이드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H씨와 유사한 차량 결함을 경험한 소비자의 글이 수십여개 올라와 있다. 지난해 11월 레니게이드를 구입한 M(41)씨는 “첫날부터 시동이 걸리지 않고, 계기판에 경고등이 들어오는 등 이상 증상이 잇따라 나타났다”며 “수리를 해 타고 다니지만 언제 또 문제가 생길지 몰라 늘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FCA 코리아와 판매 회사는 “계기판에 경고등이 들어오는 등 전기적인 문제는 서비스센터에서 무상으로 수리해주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확약서와 관련, 판매사는 “H씨에게 제안한 해결방안은 H씨에게만 적용되는 내용이므로 타인에게는 알리지 않기를 부탁 드린다는 뜻으로 진행한 것일 뿐 입막음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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