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의원들 “유치원 예산 편성, 떠밀려서 할 수는 없다”

입력
2016.01.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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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유치원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긴급 편성을 두고 26일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이 논의한 의원총회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봉합 국면에 들어서는 듯 했던 누리과정 갈등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게 됐다. 시의회 더민주 지도부가 전날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2개월치를 우선 편성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던 데서 하루 만에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같은 날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각 시도 교육청과 교육감을 강도 높게 비판한 데 대한 강한 반감이 표출됐다는 분석이다.

박래학(가운데) 서울시의회 의장이 26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더불어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목이 탄 듯 물을 마시고 있다. 보육대란이 현실화한 가운데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2개월 치 편성안을 논의한 이 회의에서 의원들이 결론을 내지 못해 다음달 재논의 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박래학(가운데) 서울시의회 의장이 26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더불어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목이 탄 듯 물을 마시고 있다. 보육대란이 현실화한 가운데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2개월 치 편성안을 논의한 이 회의에서 의원들이 결론을 내지 못해 다음달 재논의 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의총이 끝난 후 오후 2시 박래학 서울시의회 의장과 김문수 교육위원장, 신언근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신원철 더민주 대표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던 공동 기자회견은 회견을 불과 1시간 앞두고 취소됐다. 참석한 50여명의 의원들이 예산 편성 여부뿐 아니라 유치원분과 어린이집분에 대한 다른 입장 등 다양한 목소리를 내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까닭이다. 의원들은 “지도부 의견에 공감은 하나 미봉책으로 마무리하면 문제될 수 있어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반대 의사를 강하게 밝힌 의원들은 “받을 돈은 다 받고 정작 써야 할 돈은 쓰지 않고 있는 셈”이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비롯한 정부의 압박에 거부감을 보였다. 오경환 의원은 “누리과정 시행 이전부터 고정돼 있는 지방재정교육교부금을 들어 ‘돈을 줬는데 (왜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왜 안 하냐’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논리에도 맞지 않고 지방자치단체를 압박해 문제의 본질을 흐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원철 대표위원은 “대통령은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가 지방교육청의) 의무사항이라고 윽박지르는데 이대로 예산 편성을 하면 여기에 떠밀려 하는 꼴이 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이날 의총 결과를 “‘부결’이 아닌 ‘심도 깊은 논의를 위해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다음달 2일 총회를 다시 열기로 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남겨 뒀다. “표결로 의사결정을 해 다양한 의견을 무시하고 결론을 낼 게 아니라 지역 사정 등을 조사하고 지도부에도 대국회 활동 등의 여유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의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결국 시의회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더민주 의원들의 이날 서울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두 달치 우선 편성 방안 합의 불발은 구체적인 명분을 얻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신 대표위원은 “누리과정 문제는 궁극적으로 지방의회가 짊어지고 갈 짐이 아니라 국회가 책임질 부분”이라며 “적어도 법령 정비와 예산 수반 등을 골자로 한 책임 있는 양당의 20대 총선 공약화 작업이라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다음 총회까지 추이를 지켜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의회는 예정대로 28일 유치원 누리과정비 일부가 포함된 수정예산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광주시의회도 26일 시장, 교육감, 시의회의장, 교육위원장이 참석하는 긴급 4자회동을 갖고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3개월치를 우선 지원키로 합의했고, 전남도의회는 내달 3일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위한 임시회를 개최키로 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ankookilb.com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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