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구상 아직 모호…개혁적 인재영입 리더십 필요”

입력
2015.12.27 20:00

“낡은 진보,낡은 보수 결별” 불구

안과 동반탈당 의원들 기대 못미쳐

‘철수 정치’로 정치력 부재 의심 속

공감, 소통 강조는 구호 그칠 수도

격차 해소위한 밑그림도 재탕 수준

정책 구체화도 신당 성패 관건

안철수 의원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치 실현을 위한 집중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의원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치 실현을 위한 집중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의원이 27일 신당의 기조를 ‘합리적 개혁노선 추구’로 잡고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 방향을 밝혔지만 정치권 반응은 다소 냉랭했다. 일각에서는 “2013년 새정치 바람이 불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안철수 마음은 여전히 안개속”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등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안 의원이 어떤 리더십으로 개혁적 인사를 영입할지, 정책의 구체성을 언제 보여줄지에 따라 신당의 성공적인 연착륙 여부가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낡은 진보와 함께 합리적 개혁노선 추구?

안 의원은 ‘낡은 진보’(새정치민주연합)와 ‘낡은 보수’(새누리당)와 결별하고 합리적 개혁 노선을 신당의 근간으로 설정했다. 기성 정치권에서 기득권을 누리지 않은 진보 및 보수 인사라면 누구라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을 따라 동반탈당한 새정치연합 출신 의원들의 면면을 거론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눈에 띄는 참신한 인재 영입 없이는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가를 받기 십상이라는 지적이다. 윤태곤 정치평론가는 “오늘 신당의 인재 영입 원칙으로 30~40대 전면 배치를 강조했는데, 이는 지금 탈당해서 오고 있는 사람이 (안 의원이 생각해도)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라며 “(현역 의원들로) 세력을 충원시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안 의원 신당이 성공하려면 새로운 사람을 영입하는 것을 보여주는 게 최우선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의 리더십 변화 없이는 신당이 정치 가치로 내세운 ‘공감과 소통, 참여와 개방, 연대와 협치’도 구호에 머무를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안 의원이 대선 후보 사퇴를 비롯해 잇단 ‘철수 정치’로 정치력 부재를 의심 받는 상황이라, 그가 먼저 신당에 걸 맞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대중의 호응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안 의원 리더십에 대해 ‘사람들을 잘 수용하지 못 한다’는 평가가 여전히 많다”며 “본인이 먼저 연대와 소통의 진정성있는 모습을 보여야 개인당을 넘어 (의미 있는) 신당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안 의원 측도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 탈피가 어떤 정강·정책보다 급선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안 의원의 한 측근은 “초반에 합류한 현역 의원들이 호남 기반이라는 점에서 오해의 시선이 있지만, 이들도 ‘비리 혐의가 없고 이분법적 사고를 가지지 않은’ 신당의 인재 영입 기준에 충족되는 인물”이라며 “이들을 포함한 인력 풀을 어떻게 새롭게 구성하는지, 어떻게 혁신적으로 공천을 주는지를 지켜보면 신당의 진정성을 알게 될 것”이라고 항변했다.

'격차 해소' 신당 시대정신 구체화도 관건

안 의원은 격차 해소라는 시대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각 영역 별 정책의 밑그림도 발표했다. 하지만 이 역시 2년 전 독자신당 추진 당시 밝혔던 비전이나 정책과 비교해서 새로운 게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안 의원 측은 경제 민주화를 공정성장론으로 다듬고 구체화시켰다고 항변하지만 이 담론은 안 의원이 이미 1년간 꾸준히 제시해 온 터다. 안 의원은 증세의 필요성도 거론했지만 이 또한 유승민 의원을 포함해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거론되고 있는 정책방향이다.

‘한미 동맹을 기반한 글로벌 외교’나 ‘사회적 경제 육성’ 등은 정치이념과 상관없이 이미 사회적으로 동의가 이뤄진 내용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 의원이 정치한지 얼마나 됐는데 아직도 자신만의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며 “(탈당 이후) 정책을 만들 시간이 부족했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한 정당의 지도자가 될 사람이라면 평소 굉장히 고민을 해 자신의 냄새가 나는 정책을 내놓아야 마땅하다”고 평가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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