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쟁점법안 담판 '네탓'만 하다 끝났다

입력
2015.12.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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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장 직권상정 등 압박에도

여야 “이견 못좁혀” 책임 전가

야 파견법,기간제법 반대 완고

오늘 본회의 무쟁점 법안만 처리키로

정의화(가운데) 국회의장과 김무성(오른쪽)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7일 국회 의장실에서 만나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 처리를 위한 담판 회동을 갖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정의화(가운데) 국회의장과 김무성(오른쪽)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7일 국회 의장실에서 만나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 처리를 위한 담판 회동을 갖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로 27일 여야 지도부가 선거구 획정 문제와 쟁점법안 처리를 위한 막판담판에 나섰지만 또다시 결렬됐다. 이로써 현행 선거구 전체가 무효화되는 초유의 사태가 임박했으며 정 의장의 선거구 획정안 직권상정도 불가피해졌다.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의장실에서 선거구 획정 문제를 비롯해 쟁점법안 처리를 담판 짓기 위해 3시간 가까이 머리를 맞댔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구획정 문제가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며 “새누리당과 지금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을 논의했지만 합의를 위한 단 한 번의 아이디어도 제시한 바 없다”고 결렬 책임을 여당에 돌렸다.

이에 정 의장은 “이런 상황을 지속적으로 둘 수 없어서 현행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을 기준으로 선거구획정위원회에다가 안을 검토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정 의장은 회동 초반에 이날 협상이 또 결렬되면 일단 자신은 빠진 채 여야 지도부에 협상을 맡기겠다고 ‘최후 통첩’을 했으며, 만약 연말까지도 여야가 결론을 못 내면 국회 본회의에 획정안이 담긴 선거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하겠다는 뜻도 재확인했다.

여야는 다만 28일 본회의 개최에 합의했다. 하지만 쟁점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해 무쟁점 법안만 처리키로 했다. 노동 5법의 경우 파견법과 기간제법을 반대하는 야당의 입장이 완고해 접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지도부가 정 의장 중재로 여덟 차례의 회동에서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하면서 ‘현역 기득권 유지를 위한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평론가는 “실무선의 사전 조율 없이 양당 수장이 담판에 나서는 모습이 영락없는 보여주기식 쇼”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통상 여야 대표 회동은 사전 실무협상을 통해 이견을 일정부분 조율한 뒤 정치적 결단만 남겨놓은 상태에서 열리기 때문에 회동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현재 여야는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정 의장은 이날 회동에서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가 쉴새 없이 터지자 “아이고, 이제 사진 찍는 것도 국민들에게 미안하다”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들이 27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 협상에서 자리에 앉고 있다. 왼쪽부터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정개특위 간사, 이종걸 원내대표, 문재인 대표, 정의화 의장,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연합뉴스
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들이 27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 협상에서 자리에 앉고 있다. 왼쪽부터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정개특위 간사, 이종걸 원내대표, 문재인 대표, 정의화 의장,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연합뉴스

특히 선거구 획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선거구 획정 지연에 따른 현역의원들이 입을 피해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현역 기득권을 위한 카르텔’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양당 지도부는 이날을 포함해 지난 3일, 6일, 12일, 15일, 17일, 20일에 이어 24일까지 모두 8차례, 사흘에 한번 꼴로 회동을 가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사실상 청와대 하명에 따라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새누리당의 모습이 야당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고, 안철수 의원 탈당 등의 내홍으로 의사결정 구조가 와해된 새정치연합, 그리고 총선을 100여일 앞두고 의원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현실 등을 감안하면 결국 국회의장이 결단을 하지 않는 한 결론이 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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