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혁신" vs 金·朴 "사퇴" 맞불만... 새정치 커져가는 분당 불씨

입력
2015.12.24 20:00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4일 국회의장 집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4일 국회의장 집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이 분당의 짙은 그림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24일 혁신형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구성만 고집했고, 비주류 계의 수장인 김한길·박지원 의원은 문 대표의 사퇴를 거듭 촉구하면서 지도부 압박에만 치중했다. 특히 문 대표는 공천권을 내려놓으라는 비주류의 강한 압박을 외면, 공천권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백 번 천 번 물어도 답은 같다”는 문재인

문 대표는 줄기차게 당 혁신위원회가 제시한 시스템 공천을 기반으로 한 조기 선대위 구성만을 주장했다. 정세균 상임고문 등 당 중진들이 비주류 의원들을 만나며 절충을 시도를 하는 가운데 문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당의 단합을 위한 방안은 이미 충분히 제시했다”며 “백 번 천 번 물어도 저의 답은 혁신과 통합”이라고 못 박았다. 대표직 사퇴가 불가하다는 뜻을 밝히며 비주류와 타협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재인 2선 후퇴+선대위 구성’ 중재안도 문 대표의 강공 모드에 표류되고 있다. 오히려 문 대표가 “추가 탈당이 없다는 약속이 있어야 (중재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히면서 “개인 의지로 결정될 탈당 여부까지 약속하라는 것이냐”는 비주류의 반발만 커지고 있다. 그는 수도권 의원 등 당 내외부의 화합 행보 요구에도 “당이 설령 조금 작아지는 한이 있더라도 더 결속해져야 한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비주류 핵심인 김한길 의원과 박지원 의원은 문 대표에 대한 기대를 접고 분당을 대비한 물밑 작업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두 계파 수장은 “문 대표의 사퇴가 먼저 있어야 국민의 감동을 얻을 수 있다”며 문 대표 사퇴만을 거듭 주장했다. 특히 문 대표를 향해 공천권을 내려 놓으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자신의 계파 소속 의원들과 이날 비공개 회동을 가지고 탈당 이후 집단 행동 여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박 의원 역시 자신에게 “함께 움직이겠다”고 밝힌 전북과 수도권 의원들과 긴밀히 연락하며 탈당 시점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은희·주승용 탈당에 무게, 비주류 교섭단체 기대

비주류 의원들의 탈당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권은희(광주 광산을), 주승용(전남 여수을) 의원 등은 지역 당원들에게 탈당 여부와 향후 행보에 대한 의견을 구하며 탈당 시기를 조율하고 있으며, 문 대표의 비판에 반발해 당 정책위의장직에서 물러난 최재천(서울 성동갑) 의원도 탈당 쪽으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 의원의 경우 2주전 지역구 당 선거사무소 문을 닫았으며, 이르면 27일 탈당 및 안철수 신당 합류를 공식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비주류의 한 핵심관계자는 “호남뿐 아니라 수도권과 언론에 (탈당 가능 대상으로) 언급되지 않은 중도 성향의 인사까지 탈당에 무게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며 “연말부터 내년 2월 전까지 최대 23명의 현역 의원이 탈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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