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호랑이 등에서 내려올 수 없다" 정면돌파 의지

입력
2015.12.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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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3일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 참석을 위해 구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3일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 참석을 위해 구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의원이 탈당을 선언한 13일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 없다”며 결연한 ‘마이웨이’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야권 분열로 총선은 이제 볼 것도 없다”는 탄식이 흘러 나왔다. 특히 수도권 의원들은 패닉에 빠진 모습이었다.

문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아무리 파도가 높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도 총선승리에 이르는 새정치연합의 항해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리테러로 환기됐던 파리시의 라틴어 모토인 '파도에 흔들리지만 가라앉지 않는다'(fluctuat nec mergitur)는 문구를 들어 이같이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문 대표는 이어 “정말 정치가 싫어지는 날이다. 진이 다 빠질 정도로 지친다.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마음은 오죽하겠느냐”면서도 “주저앉을까요?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14,15일 이틀 동안 외부 일정 없이 향후 정국 구상에 몰입하기로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도 “당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정면돌파 의지를 다졌다. 문 대표 주재로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에서 최고위원들은 “안 의원의 탈당을 막지 못해 국민과 당원들께 송구스러우며 소속 의원들과 당원들의 만류에도 탈당을 강행한 데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는 데 뜻을 모았다. 당장 14일 열릴 중앙위원회에서 ‘안철수 혁신안’을 당헌에 얼마나 어떻게 반영할 지에 대해 최고위원회에 결정을 일임할 지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내 기류는 지도부와 온도 차이가 컸다. 계파별로도 반응이 엇갈렸다. 주류 측 김기식 의원은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정치인에게는 자기 책임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며 “자신이 선택한 당에 문제가 있으면 바꾸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거나 아니면 정치를 그만두거나 해야 한다”고 안 의원의 탈당을 비판했다. 반면 비주류 측 김한길 전 공동대표는 “야권통합을 위해 어렵사리 모셔온 안 의원을 막무가내 패권정치가 기어코 내몰고 말았다”며 “패배의 쓴 잔이 아른거린다. 참담하다”고 전했다.

특히 수도권 의원들은 총선에 대한 걱정으로 거의 패닉 상태에 빠졌다. 전날 긴급의원간담회를 열어 막판 중재를 시도했던 수도권모임의 윤관석 의원(인천 남동구을)은 "의원들이 백방으로 노력했는데 탈당을 막지 못해서 안타깝고 아쉽다"며 "총선 승리 불빛이 많이 약화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설훈 의원(경기 부천시원미구을)도 "(내년 총선에) 절대로 안 좋은 영향이고 좋을 턱이 없다"며 탈당을 결행한 안 전 대표를 향해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닌데 자기한테 득이 되는 게 뭐가 있는가. 탈당은 공멸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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