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송년선물 챙기듯 법안 부당거래

입력
2015.12.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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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오른쪽)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6일 국회에서 20 국회의원 총선거에 적용할 선거구획정 기준 합의안 도출을 위한 여야 지도부 회동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김무성(오른쪽)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6일 국회에서 20 국회의원 총선거에 적용할 선거구획정 기준 합의안 도출을 위한 여야 지도부 회동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민생경제와 직결된 주요 법안이 여야의 정치적 흥정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당리ㆍ당략에 따라 여야 지도부가 법안 처리에 전격 합의하고,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는 시간에 쫓겨 시늉만 한 채 본회의를 통과하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 국회 스스로 법률안 심사권을 사문화하고 개별 국회의원을 ‘거수기’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이 의원들 사이에서도 터져 나온다.

‘입법 스왑’으로 벼랑 끝 ‘인질’ 맞바꾸기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는 한 마디로 정치적 흥정의 연속이었다. 여야는 주요 법안을 놓고 처음에는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나중에는 새해 예산안을 ‘인질’ 삼아 벼랑 끝 전술을 구사했다. 여당은 노동개혁 5개 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을, 야당은 경제민주화 법안을 각각 내세웠다.

예산정국에서 선제공격을 날린 건 여당이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17일 한ㆍ중 FTA 비준동의안 협상을 앞두고 긴급 당정청 간담회를 소집하며 “FTA비준안과 경제활성화법을 예산안과 연계하겠다”고 사실상 선전포고 했다. 야당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던 예산안-법안 연계 카드를 이례적으로 여당이 선제적으로 꺼내 든 것이다.

이 때까지만 해도 야당이 좀더 여유가 있었다. 한중FTA 비준안 처리에 목을 메는 쪽은 정부ㆍ여당이었기 때문이다. 야당은 전ㆍ월세 상한제를 핵심으로 하는 주택임대차 보호법 처리 등을 연계 법안으로 제시하며 요구 수위를 높였다. 새누리당은 “청와대가 한중FTA 연내 발효를 강하게 압박하는 상황에서 야당에 내줄 카드가 없다”며 발만 동동 구르는 처지였다.

때문에 여야의 치킨게임은 30일 한중FTA 비준안 본회의 처리 때만해도 야당의 승리로 끝나는 듯 보였다. 실제 야당이 주장해온 무역이익공유제를 대신해 농ㆍ어촌상생협력기금 1조원을 조성이 관철됐고 여당의 국제의료사업지원법과 야당의 대리점거래 공정화법(일명 남양유업방지법)이 전격적으로 맞교환 됐다.

협상 한중FTA 비준안 통과 이후 판세 기울어

반전은 한중FTA 비준안이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일 0시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면서 찾아왔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한중FTA 비준안을 처리한 뒤 “새누리당이 야당에 큰 빚을 졌다”고 말했지만, 새누리당은 “야당이 정략적 관점에서 법안 끼워팔기를 하고 있다”고 오히려 대대적 역공에 나섰다. 재계가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조성을 사실상 준조세라고 흔들자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과도했다면 조율이 필요하다”고 가세하기도 했다.

여당은 여세를 몰아 “예산안 정부원안 통과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최재천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여당이 국회의원을) 예산 몇 푼 따먹으려고 지역구 예산에 목 메는 사람들로 만들고 있다”며 “예산을 볼모로 한 협박정치”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지난 2일 본회의를 몇 시간 앞두고 예산안 수정 작업을 전면 중단하자 야당은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여당은 숙원이던 관광진흥법을 추가로 챙겼다. 반면 야당은 공을 들여왔던 주택임대차보호법 카드를 접는 대신 모자보건법 및 전공의 수련환경개선 및 지위향상법을 얻어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원내지도부의 전략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송년선물 챙기기식 부당거래의 피해자는 국민

여야가 연말 국회 때마다 송년선물 챙기기 식으로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법안 부실 심사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올해 초 불거진 연말정산 폭탄이 대표적 예다. 여야가 지난 2013년 정기국회에서 ‘빅딜’을 통해 의료비ㆍ교육비 등 특별소득공제 항목을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데 전격 합의한 게 발단이 됐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적대적 공존’을 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성장과 분배의 균형이 중요하듯 여당의 경제활성화나 야당의 경제민주화 모두 중요한데 여야 모두 상대방의 법안을 백안시하고 있다가 시간에 쫓겨 전리품 챙기듯 법안들을 주고 받았다”고 비판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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