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 정국 끝나자… 야 ‘문안박 연대’ 치고받고

입력
2015.11.27 16:41
27일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중진의원 연석회에서 문재인 대표 뒤로 주승용 최고위원이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중진의원 연석회에서 문재인 대표 뒤로 주승용 최고위원이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화합·통합을 강조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조문 정국이 끝나기 무섭게 문안박 연대 여부를 놓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지고 있다. 주류 측이 집단성명이라는 형태로 세력 과시에 나서자 비주류 측은 탈당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며 반발하고 있다. 계파는 물론, 출신 지역에 따라서도 문안박 연대에 대한 셈법이 모두 다른 상황이어서 안철수 의원의 공식 입장이 나오기 전까지 새정치연합은 극도의 혼란상이 불가피해 보이다.

주류 측 “현실적으로 문안박 연대만이 살 길”

현재까지 당내 여론의 주도권은 문안박 연대를 밀어붙이는 주류 측이 쥐고 있다. 일부 무계파 의원까지 포함한 주류 계열 초재선 의원 48명은 27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문안박 체제를 통해 단결하고 개혁하자”고 주장했다. 이들은 “문 대표도 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헌신해야 한다”면서도 “현재로선 문안박 연대 외에는 수용 가능한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차선책이 없어 문안박 연대를 지지한다는 의미다.

주류 측의 오영식 최고위원은 사퇴 선언을 통해 문 대표의 퇴로를 열어줬다. 그 동안 문안박 연대 발표 과정의 문제를 삼아 최고위원회에 불참해 온 오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직 사퇴를 발표하면서 “문안박 연대가 배제의 논리가 아닌 비전과 역할로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비주류 측이 문안박 연대 반대의 근거로 ‘최고위원회 무력화’를 내세우는 만큼, 문 대표와의 감정적 문제를 떠나 자신이 먼저 물러나는 방식으로 주류 측의 부담을 덜어 준 것이다.

중진 의원들은 물밑에서 안 의원과 문 대표 측을 오가며 당의 단합을 촉구하는 방식으로 문안박 연대를 간접 지원하고 있다. 이미 3선 이상 중진 18명이 19일 문안박 연대 지지를 선언한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이번 기회에 단일대오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호남·비주류는 탈당 카드까지 만지작

문안박 연대 반대의 중심에는 호남 출신의 비주류 의원들이 서 있다. 이들은 전날 주승용 최고위원이 주선한 광주·전남·전북 의원 23명의 오찬 모임에서 문 대표 사퇴와 문안박 연대 반대 의견을 공동성명 형태로 발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주류 측 호남 의원들이 문 대표 사퇴를 반대하면서 의견 통합에 실패했다. 결국 호남 의원 17명은 이날 “문안박 연대 통합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지도체제로서는 미흡해 보완되어야 한다”는 수준에서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일부는 탈당 카드까지 제시하고 있다. 유성엽 의원은 “통합 전당대회로 새 지도부를 꾸리지 않는다면 탈당은 불가피하다”고 정면 공세에 나섰고 박지원 의원도 “문 대표가 (문안박 연대 포기)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민심과 명분이 갖춰진 만큼 나도 고민하고 있다”며 탈당을 시사했다.

연대 성사에 키를 쥐고 있는 안 의원은 이날까지도 장고를 거듭했다. 안 의원의 한 측근은 “현재까지 문 대표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단순히 거부할 경우 또 다른 역풍을 불러 올 수 있는 측면이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거부하더라도 안 의원 만의 당 통합 방안 등의 대안이 들어 갈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29일 문안박 연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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