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안박 연대 성사되면 당 대표 권한 공유하겠다”

입력
2015.11.18 20:00

광주서 安, 朴 위상과 권한 보장

안철수 혁신안 수용 의사 보였지만

“호남 홀대론 등에 의지 안 보여”

등 돌린 광주 민심은 싸늘하기만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8일 광주 조선대 서석홀에서 ‘지금 여러분의 목소리가 역사입니다’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8일 광주 조선대 서석홀에서 ‘지금 여러분의 목소리가 역사입니다’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총선 승리를 위해 문안박 연대를 통한 임시지도부 구성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문 대표는 연대를 조건으로 당 대표 권한 공유까지 제시했지만 당사자인 박원순 시장과 안철수 의원은 물론 호남 민심은 아직 유보적인 반응이라 문 대표의 승부수가 현실화할지는 불투명하다.

선거 총괄 분할까지 약속한 문재인의 승부수

문 대표는 18일 광주 조선대 강연을 통해 안 의원과 박 시장의 위상과 권한까지 명확히 제시하며 문안박 연대를 강조했다. “야당의 미래와 총선 승리를 위해 힘을 합치자”는 선언적 수준에서 나아가 당 대표 권한을 공유하는 임시지도부의 수장으로 두 대권주자의 위상을 보장한 것이다. 문 대표는 또 “연대만 성사되면 선거기획단 및 총선정책준비단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선거 승리의 기반인 인재영입도 함께 할 수 있다”며 안 의원과 문 시장의 운신의 폭도 비교적 폭넓게 제시했다.

문 대표는 문안박 연대 성사의 키를 쥐고 있는 안 의원에게 화해의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기도 했다. 그는 “당 혁신안을 넘어, 더 본질적인 혁신이 남아있다는 안 의원 주장은 백 번 옳은 이야기”라며 “(안 의원 혁신안 내용처럼) 낡은 행태를 청산하고 광범위한 인적 혁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 의원이 주장한 수권비전위원회 설치 방안에 대해서도 “당의 근본적 혁신을 위해 필요하다면 (수용)가능하다”고 밝혔다. 안 의원이 여전히 “자체 혁신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연대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혁신안 일부 내용을 수용할 뜻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밝힌 셈이다.

문 대표는 이어 “문안박 연대안을 성사시키기 위해 당이 빠른 시간 안에 논의를 시작해 달라”고도 요구했다. 그는 “과거처럼 계파수장 모여 공천을 나누는 구시대적 선대위가 아니라 정말로 개혁적인 선대위를 만들어내야 다음 총선 승리 가능하다”고 강조하면서 “필요하면 당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를 소집해 논의하는 것도 가능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文 승부수에도 광주 민심은 냉랭

9월 예산정책협의회 일정 이후 76일 만에 광주를 다시 찾은 문 대표는 등을 돌린 호남 여론을 다독이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호남에서 민심이 저와 우리 당에 대해 매섭게 야단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운을 띈 문 대표는 ▦새정치연합이 호남이 기대하는 만큼 야당답지 못했다는 점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드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민심 이반 원인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그는 강연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문안박 연대에 호남을 대표하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신당 창당을 선언한) 천정배 의원과 대화에 노력해 (지도부로) 함께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호남을 배려하는 취지의 답변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광주 민심은 여전히 문 대표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않는 분위기였다. 시민단체 활동가인 박모씨는 “문 대표가 호남 홀대론, 대북송금 특검 문제 등 자신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언제 진심을 다해 호남민들에게 설명하고 정면돌파를 한 적이 있었느냐”며 “호남은 타 지역에 비해 개혁적이고 전투성이 강한 (야당) 대표를 원하는 데 최근 국정교과서 이슈 등에서 문 대표가 한 것을 제대로 싸운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광주 지역의 한 변호사도 “문 대표가 정권 재창출을 위해 호남민들에게 아무런 정치적 큰 그림을 보여준 적이 없다”며 “문 대표의 지지율 수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호남이 아직도 그를 정치인으로 신뢰하지 않다는 게 오늘까지 (등 돌린) 민심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