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野, 누가 이끄나 아니라 어디로 이끌까 고민을

입력
2015.11.16 20:00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겨냥한 당내 비주류의 퇴진공세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거당적 반대태세를 갖추느라 한동안 퇴진공세를 보류했던 비주류가 재차 공세에 나선 양상이지만, 워낙 다양한 내용의 요구와 주장이 한꺼번에 쏟아져 갈피를 잡기 어렵다. 문안박(문재인ㆍ안철수ㆍ박원순) 통합기구, 비상대책위, 선거대책위, 통합 전당대회 등이 한꺼번에 거론되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16일 라디오에 출연, 문 대표의 호남 지지율이 5%에 그친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스스로 좋은 결단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공개적 퇴진요구다. 그는 앞서 12일 문 대표와의 단독회동에서 대표 사퇴를 요구했느냐는 사회자의 물음에도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문 대표가) 그런 의미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호남 민심’, 또는 ‘집토끼론’에 근거해 박 전 원내대표가 여러 차례 강조한 ‘후보ㆍ당권 분리론’의 반복이다.

한편으로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과 ‘정치혁신을 위한 2020 모임’ 소속 의원 10여 명은 이날 문 대표의 사퇴를 촉구키로 한 계획을 일단 보류했다. 보류 사유인 ‘정치상황 변화’로는 서울 도심시위 도중 경찰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백모씨 사건, 문안박 연대의 실현 가능성 등이 우선 꼽힌다. “준비가 되면 밝힐 것”이라고 즉답을 미뤄온 문 대표가 18일 조선대 특강에서 밝힐 내용을 일단 들어보자는 주장도 힘을 얻었다.

야당의 내분과 구심력 저하의 주된 책임이 문 대표에 있다는 비주류의 지적은 크게 틀리지 않다. 무엇보다 지난 4ㆍ30 재보선 참패 이후 책임지고 물러나는 대신 ‘혁신위를 통한 당 개혁’ 등으로 우회한 문 대표의 자세는 시간이 갈수록 내년 총선 공천 주도권에 대한 집착으로 해석되면서 비주류의 반발을 키워왔다. 총선을 앞두고 내분을 피해야 한다는 당내 공감대는 있지만, 구체적 결속의 방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나마 지도체제의 파국적 동요를 막아준 게 문 대표체제 출범 이래의 ‘무조건 반대’ 정책이다. 수권ㆍ책임정당의 모습과는 멀긴 하나, 당장 최소한의 당내 결속 유지에는 도움이 됐다. 폭력 시위와 과잉 진압이 뒤엉킨 시위를 두고 ‘정권의 폭력성’을 드러내는 데 당력을 쏟겠다는 방침 등이 모두 그렇다. 전체를 놓치고 부분에 집착하는 모습에 박수칠 국민이 얼마나 될까. 누가 이끄느냐가 아니라, 어디로 이끄느냐가 야당의 최대 난제라고 지적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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