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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 구성ㆍ근현대사 핵심쟁점 수록 여부 등 '지뢰밭' 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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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배 국사편찬위 위원장
"역사학자 아닌 전문가도 인선 방침"
정치학·경제학 등 보수 학자 참여 해석
내달 말부터 1년여간 교과서 집필
黃부총리 "어느정도 내락받은 분 많다"
이미 몇몇 인사들과 접촉 시사
독재 등 근현대사 주요 역사적 사실들
"해석 불일치" 이유로 빠질 수도
또 다른 편향성 문제 불거질 듯
교육부가 12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고 헌법적 가치에 충실한 균형 잡힌 올바른 역사관 확립”이다. 이를 위해 집필을 국사편찬위원회(국편)에 위탁하고 “학계 권위와 전문성을 인정받는 우수한 전문가로 집필진을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역사학자들이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집필자 인선부터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올바른 교과서’ 11월말부터 집필 시작
정부는 2017년부터 중ㆍ고등학교에서 사용할 국정 역사 교과서에‘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이름을 붙였다. 당정은 이 같은 작명에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국정 교과서’가 법률상 용어지만 국가가 정한다는 ‘국정’이 갖는 구시대적이고 부정적인 인식을 희석하고 친숙한 방법으로 국민 홍보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인정 체제의 8종 교과서에 대한 편향성을 완화하자는 의미로 통합교과서, 단일교과서라는 이름을 붙여보기도 했지만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일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2017년 일선 학교에는 국정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가 일괄 보급된다. 교육부는 ‘중ㆍ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ㆍ검ㆍ인정 구분(안)’을 다음 달 2일까지 행정예고하고, ‘국ㆍ검ㆍ인정 구분안’은 내달 5일 고시된다. 절차상 의견 수렴 과정이 있지만 거센 반발을 무릎 쓰고 국정화를 결정한 만큼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은 없다.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면 국사편찬위원회는 11월 중순 교과서 집필진 및 교과용도서 편찬심의회를 구성하고 교과서 집필은 11월 말 시작된다. 이후 내년 11월까지 1년 동안 집필이 진행되고 12월 감수를 거쳐 학교에 보급된다.
교육부 이미 집필자 접촉 사실 시사
무엇보다 관심사는 집필진의 면모다.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국정화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집권 여당이 “역사학자 90%가 좌편향됐다”는 인식을 공공연히 내비치는 상황에서 진보성향의 역사학자들이 참여할 리도 없거니와, 정부도 사실상 이들을 참여시킬 의사가 없다는 것이 학계 안팎의 시각이다.
집필진 구성과 관련해 김정배 국편 위원장은 이날 “국정 역사교과서의 근ㆍ현대사에는 역사가만이 아니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분들을 초빙해 구성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명예교수로부터 현직 그리고 젋은층까지 노장청을 아우르는 집필진”이라고 덧붙였다. 역사학자가 아니더라도 역사교과서 집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역사학계가 동참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정치학ㆍ경제학 등 역사학을 전공하지 않은 보수학자들을 참여시킬 수 있다는 해석으로도 풀이된다.
이와 관련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어느 정도 내에서 허락을 받은 분들이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미 몇몇 인사들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시사한 것이다. 이는 ‘국편이 이미 국정화 준비에 돌입했다’는 본보 보도(9일자 1면)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역사학회 관계자는 “뉴라이트 계열을 맹렬 추종하는 인사가 있다는 것으로 안다”며 “편향성 논란이 끊임 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남한 독재, 남북 공동 전쟁책임론 등 쟁점 빠질 수도
정부는 집필진이 구성되면 교과서 개발 전 과정에 걸쳐 단계별로 의견 수렴과 검증을 통해 오류와 편향성 시비를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집필 과정에 있어 투명성과 개방성을 강조한 것이다. 김정배 국편 위원장도 “집필진이 집필을 시작하면 면면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례를 볼 때 국편의 주장은 빈말로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과거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교과서 수정위원회 면면을 공개하겠다고 장담했지만 위원들의 반대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역사학과 교수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명단을 비공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깜깜이’ 식 역사교과서가 제작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논란의 핵심인 근현대사의 경우 많은 역사적 사실들이 ‘해석 불일치’ 등을 이유로 누락되거나 생략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브리핑에서 ‘역사에서 합의가 힘든 논제를 서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합의가 충돌하는 것은 가급적 쓰지 않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예컨대 남한 군사정권 독재, 한국전쟁 발발 원인과 관련한 남북한의 공동 책임론 등은 아예 기술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수의 역사학자들이 “국정교과서가 친일ㆍ독재를 옹호할 것”이라는 비판을 줄곧 제기했던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였다. “근현대사를 줄이고 투쟁의 역사보다는 발전의 역사를 쓰겠다”는 정부의 반응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 대해 황 부총리는 “국민을 통합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역사교육의 출발점”이라며 “집을 고치는 데 부분 보수가 아닌 설계 자체를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검인정 교과서의 수정 만으로는 이른바 ‘좌편향’된 역사의 재해석이 불가능하다는 집권세력의 시각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역사학자는 “지금까지의 과정은 교육부가 국정화 방침을 정해 놓고 이를 옹호하기 위해 (현행 검인정 교과서 서술에 대한) 트집을 잡은 것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세종=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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