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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입맛따라 국정↔검정… 또 반복되는 '교과서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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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이후 검인정제 정착
박정희 정권 들어 자율성 점차 제한
결국 유신 선포후 모두 국정 전환
DJ정부 들어 일부 검정 도입
이명박 정부선 완전 검정제로
이후 보수진영 "좌편향" 잇단 비판
교육부, 6종에 수정명령 내리기도
박근혜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처음으로 언급한 것은 지난 2013년 6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다. 당시 박 대통령은 “교육현장에서 진실이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며,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포함한 여권 인사들의 지원 발언이 이어졌고 교육부가 국정화 논리를 뒷받침하면서 결국 박 대통령 취임 2년8개월 만에 국정화 방침이 확정됐다. 하지만 ‘졸속제작’ ‘함량미달’에 대한 학계의 우려를 무시한 채 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17년 도입을 추진하면서 교과서의 발행체계가 정권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정제로 시작해 유신 시절 국정화
근대적인 한국사 교육이 시작된 것은 해방 후 미군정 시기인 1946~48년이다. 일종의 교육과정 지침인 ‘교수요목’이 발표되면서 일정 체계를 갖췄다.. 교육과정 지침을 마련하는 작업이 본격화한 것은 전쟁 후인 1954년 제1차 교육과정이 공포되면서부터다. 당시 역사과목은 공민ㆍ지리ㆍ도의교육과 함께 ‘사회생활과’로 분류됐다. 1956년 문교부의 검정을 통과한 국사 교과서는 중학교 10종, 고등학교 4종이었다. 국정제(초등)와 검정제(중등)를 정규 교과로 하고 인정제를 보조 교과서로 하는 현 교과서 제도의 근간이 자리잡게 된 것이다. 하지만 1961년 5ㆍ16군사 정변으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 출범 이후 교과서 발행체제의 자율성은 쇠퇴하기 시작한다. 반공정신, 경제개발계획 등을 강조한 2차 교육과정(1962년)이 제정되면서 교과서 종수를 제한하고 검ㆍ인정 심사를 한층 강화한 것이다. 더욱이 1972년 10월 박 전 대통령이 유신체제를 선포한 이후 제3차 교육과정이 공표된 1974년 중ㆍ고교 정책교과(국사ㆍ사회ㆍ도덕)가 모두 국정으로 전환된다. 이후 국정 교과서가 독재를 미화하고 정권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것이 학계의 견해다.
DJ 정부 검정제… 보수정부 역사해석 전복 시도
1979년 10ㆍ26사태 이후 들어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신군부 역시 박정희 정권의 기조를 이어갔다. 1982년 출간된 고교 국사 교과서는 5공화국 출범에 대해 “우리 민족의 무한한 힘과 능력을 세계사에 펼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서술하는 등, 5공 정권도 교과서를 정권홍보의 도구로 취급했다. 기조의 변화가 생긴 것은 2002년 김대중 정부 시절이다. 정부가 만든 교과서가 획일적인 시각을 강요한다는 비판을 감안, 검정화 방침을 결정했고 참여정부가 들어선 2003년부터 중학교와 고교 1학년 국사는 국정을 유지하되, 고교 2,3학년이 배우는 한국근현대사를 검정으로 전환했다. 보수정부인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11년에는 국사와 한국근현대사를 한국사로 합치면서 중등 국사교과서는 완전 검정체제로 바뀌었다. 하지만 식민지 시대의 자본주의 성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뉴라이트계열의 학자들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무렵부터‘검정 교과서가 좌편향 됐다’는 비판을 제기하면서 ‘대안교과서’등을 출판,‘역사해석의 전복’을 시도했다. 보수색채가 강화된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자 교육부는 6종의 검정교과서에 수정명령을 내렸고, 종국에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로 결론을 내렸다.
정권에 따라 검정과 국정 오락가락 우려 높아져
적지 않은 역사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하기로 했지만, 역사교육을 진보ㆍ보수 간 이념 논쟁거리로 만든 만큼 역사교육의 불안정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의 윤세병 교사는 “국정교과서의 저작권은 국가가 갖고 있어 정부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시로 바꿀 수 있다”며 “1980년대 광주 5ㆍ18항쟁 및 5공 청문회가 한창일 때, 교과서를 통해 ‘정의사회’를 가르치던 부조리한 모습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유신시대 정권의 입맛에 맞게 교과서를 국정으로 바꾼 이래 또 다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는 셈”이라며 “앞으로 다원성을 중시하는 세계적인 흐름에 부합하는 검인정제나 자유발행제로 되돌리려면 그만큼 사회적 비용도 더 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벌써부터 정권이 바뀐다면 다시 검인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회의도 제기되고 있다. 김승욱 충북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정부가 국정제 전환을 계기로 친일ㆍ독재 미화 등 일방적 사고를 강요할 경우 반대 논의가 거세질 것”이라며 “만약 정권이 바뀔 경우 검인정제 논의가 다시 일면서 정치논쟁이 고착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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