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편 살리고 비판자 내치면서 혁신, 단결 외치나

입력
2015.09.24 16:24

새정치민주연합이 혁신위의 인적 쇄신안 후폭풍 와중에 막말 정치인에 대한 이중잣대 적용 논란으로 시끄럽다. 당 윤리심판원(위원장 안병욱)은 23일 막말 파문으로 6개월 당직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정청래 최고위원을 사면해 최고위원으로 복직시켰다. 반면 문재인 대표를 비난해온 조경태 의원에 대해서는 징계 필요성이 있다며 소환 조사키로 했다. 혁신위도 이날 조 의원을 해당(害黨)행위자로 지목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당에 요구했다. 범친노계는 사면하고 문 대표와 각을 세워온 인사는 징계하겠다는 것이어서 누가 봐도 편파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모양새다.

부산 출신(사하 을) 3선인 조 의원은 그 동안 끊임 없이 문 대표에게 비난을 퍼부어 왔다. 개중에는 옳은 비판도 있었지만 다분히 감정적인 막말도 적지 않았다. 같은 부산 출신으로 야당 불모지에서 3선을 한 자신은 알아주지 않고 세간의 관심이 국회의원으로서는 초선인 문 대표에게 쏠리는 데 대한 불편한 심기도 작용했을 법하다. 도를 넘은 조 의원의 언행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불모지에서 야당 깃발을 지켜온 그를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 해당행위자”로 몰아 중징계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 필시 내년 총선에서 공천 박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자에 대한 가혹한 징벌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조 의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반대나 비판에 대해 징계하거나 입을 막으려는 것은 반민주적 발상”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당의 분열과 갈등은 4ㆍ29 재보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독선적으로 당을 운영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누가 해당행위자인지 당원과 국민에게 공개투표로 물어보자”고도 했다. 새정치연합 안팎에서 조 의원의 이 같은 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일반 국민들의 눈에도 새삼 문재인 지도부의 폐쇄성과 편협성이 도드라질 것이다.

정 최고위원의 사면과 비교해 형평성 문제도 있다. 당초 혁신위가 “막말을 할 때마다 당 지지율이 5%씩 떨어진다”며 당사자들을 공천에서 탈락시켜야 한다고 밝혔을 때는 조 위원뿐만 아니라 정 최고위원도 해당한다는 게 지배적인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번에 정 최고위원은 살아 남고 조 의원은 죽어야 하는 꼴이 되었다. 당의 기강을 세워야 한다는 문 대표의 생각은 틀리지 않지만 비판자에는 가혹하고 내 편엔 물렁한 잣대 적용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당 내의 승복과 국민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조치들이 이어져도 모자랄 판에 자기세력만 챙기는 것으로 비치는 행태만 연출하고 있으니 아무리 혁신과 단결을 외쳐도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제1야당의 앞날이 참으로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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