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중 정상회담서 북핵 해결 위한 건설적 합의를

입력
2015.09.23 15:54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국빈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시애틀에서 방미 일정을 시작한 시 주석은 25일 워싱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두 정상 간 회담은 다섯 번째지만 시 주석이 국빈 자격으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미국은 극진한 예우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의전과는 달리 회담 분위기는 밝지 않다. 글로벌 협력관계를 제외한 양자 이슈에서는 어느 것 하나 쉬운 의제가 없다. 사이버 해킹,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위안화 평가절하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모두 양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것들이어서 해법 찾기가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입장이 단호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에서 시작되는 사이버 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며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경우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이버 해킹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미국 정보당국의 도감청 행위의 피해자라고 주장해온 중국의 입장과는 정반대다. 한 때 미국에서 국빈방문을 취소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것이 무리가 아니다.

이런 냉기류는 그만큼 양국 사이의 골이 깊다는 뜻이다. 미국은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을 미국이 지배하는 금융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있다. 이달 초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의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도 미국은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일본의 안보법제 통과 등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의 행보는 우리의 이해관계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특히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북한이 다음달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강행을 시사한 상황에서 열리는 것이어서 우리로서도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선임보좌관이 “북핵 문제가 공동기자회견의 주제가 될 것”이라고 한 것처럼 북핵 문제는 이번 회담의 핵심 이슈 중 하나다. 최근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과 중국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것과 경제적으로 발전하는 것 중에서 선택의 폭을 좁히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해 북한의 핵ㆍ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토록 하는 강한 메시지가 정상회담에서 도출될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의 핵 위협을 끝내려면 경제제재 이상의 수단이 필요하다”는 존 케리 국무장관의 발언과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의 도발을 강력히 응징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로 인해 한반도 안보위협이 다시 고조되는 것은 우리로선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다. 대북제재에 대한 국제공조 못지 않게 한반도 안보지형을 잘 관리하는 지혜와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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