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속 주총… '일본롯데의 한국롯데 지배' 재확인

입력
2015.08.17 13:20

홀딩스, 신동빈 발표문에 '일한(日韓) 롯데' 명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일인 17일 양국 롯데는 전혀 다른 분위기 속에 하루를 시작했다.

그동안 한국 롯데는 신동빈 회장의 '원 톱' 체제 완성을 강조하며 주총 승리를 장담해왔지만, 막상 '첫 번째 표 대결' 당일을 맞은 직원들은 표정에서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 주주들이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는지 여부가 공식적으로 나타나는 자리여서 안건이 부결될 경우 한일 양국 롯데에 대한 신 회장의 지배력이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려를 반영하듯 한국 롯데그룹은 자사 고위 임원들도 주총 시간과 장소를 알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등 주총 세부사항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현지에서 언론에 의해 주주 의견이 영향받을 수 없다는 원칙 하에 한국·일본 취재진 모두에게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더구나 주총이 오후에서야 끝날 것이라는 엉뚱한 정보를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주총은 이날 오전 9시30분께 도쿄 데이코쿠(帝國) 호텔에서 시작됐고,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마무리됐다.

롯데그룹의 주장대로 한국롯데가 롯데홀딩스 주총에 대한 세부정보를 얻지 못했다면 신동빈 회장 1인 체제하에서도 한국롯데는 여전히 롯데홀딩스로부터 제대로 된 업무협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롯데는 한국기업"이라는 신동빈 회장의 주장과 달리, 일본롯데가 한국롯데를 지배하는 위상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주총이 끝난 직후에도 한국 롯데는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 신동빈 발표문'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롯데그룹의 이사 해임 문제로 인해 한국·일본의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하다'는 신 회장의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일본 롯데홀딩스가 내놓은 발표문 원문은 '신동빈'을 '시게미쓰 아키오(重光昭夫)'로, '한국·일본'을 '일본·한국 쌍방'(日本, 韓國 雙方)으로 지칭했다.

한국어 발표문에 '양국 롯데'라고 적혀있는 부분도 원문에는 '일한(日韓) 롯데'라고 쓰여 있다.

실제로 지분구조상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일본 롯데홀딩스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주총을 맞았다.

일본 도쿄(東京) 신주쿠(新宿)구 니시(西)신주쿠에 위치한 롯데홀딩스 본사는 쏟아지는 빗줄기때문인지 평소보다 한층 더 고요한 분위기였다.

롯데홀딩스 본사는 지난달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대동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사회 장악을 시도하고, 이에 대응해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이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을 해임시키며 대응한 곳이다.

하지만 약 3주간 한국을 시끄럽게 한 경영권 분쟁의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침 일찍부터 본사 앞에 모여든 한일 양국 취재진 40여명만 부산하게 움직였다.

오전 7시반부터 롯데홀딩스 직원들이 출근을 시작했고, 출입구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던 롯데홀딩스 측은 신분이 확인된 직원들만 출입을 허용했다.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이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주총 결과에 대한 견해를 물었지만 답하는 이들은 없었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17일 주주총회가 끝나고 결과를 정리해 발표문을 냈다. 주주총회에서의 신동빈 회장 발언을 정리한 일본어 원문에는 "일본, 한국 쌍방의 여러분…"이라고 돼 있다. 롯데 측이 한국어로 번역한 발표문에는 이와 달리 "한국, 일본의 국민 여러분께…"라고 돼 있다. 연합뉴스
일본 롯데홀딩스가 17일 주주총회가 끝나고 결과를 정리해 발표문을 냈다. 주주총회에서의 신동빈 회장 발언을 정리한 일본어 원문에는 "일본, 한국 쌍방의 여러분…"이라고 돼 있다. 롯데 측이 한국어로 번역한 발표문에는 이와 달리 "한국, 일본의 국민 여러분께…"라고 돼 있다. 연합뉴스

● 다음은 신동빈 회장의 발표문 전문 (번역)

최근 롯데그룹의 이사 해임 문제로 인해 한국·일본의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당사의 상품, 서비스를 사랑해주시는 고객 여러분을 비롯해 롯데그룹의 모든 이해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오늘 개최된 당사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사외이사 선임과 규범 준수를 강화하기로 의결하였습니다. 이는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사태의 조기 해결과 재발 방지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로써 롯데 그룹은 법과 원칙에 의거한 경영 및 경영투명성을 한층 더 강화하고 철저하게 실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경영과 가족의 문제를 혼동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경영은 법과 원칙에 의거해 운영해야 합니다. 롯데그룹은 법과 원칙에 의거한 준법 경영을 중시해왔고 임원들의 취임과 해임에 대해서도 모두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결정해왔습니다. 이번에 사사키 도모코가 사외이사로 취임한 것을 계기로 열린 경영을 한층 가속해 나가겠습니다.

저희 롯데그룹은 고객에게 즐거움과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풍요로운 생활에 공헌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양국 롯데가 각각의 경영성과를 높이는 한편, 시너지를 발휘하여 세계 시장에서 롯데의 가치를 높이고 사회공헌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연합뉴스·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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