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롯데 지배구조 개선방안, 아직은 신뢰 어렵다

입력
2015.08.11 17:56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다시 경영권 분쟁에 대한 대국민사과와 함께, 호텔롯데를 상장하고 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를 연내에 80% 이상 해소하는 등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신 회장의 발표는 지난달 27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신 회장을 포함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한 지 15일 만의 일이다. 신 회장이 추가 사과와 지배구조 개선 발표에 나선 것은 형제간 진흙탕 싸움으로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는데다 롯데그룹의 정체성 논란까지 더해져 전례 없는 위기의식을 느낀 때문일 것이다.

발표는 언론 등에서 지적한 내용에 대해 나름의 방안을 정리한 것이다. 그룹의 핵심이자 지주회사 격인 롯데호텔에 대해 일본 계열회사들의 지분 비율을 축소하고 주주 구성이 다양해질 수 있도록 기업 공개를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롯데호텔에 대한 기업공개 논의는 수 차례 있었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이 승인하지 않아 불발에 그쳤다. 더불어 416개 달하는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80% 이상을 연말까지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 그룹을 지주회사로 전환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신 회장은 또 롯데가 우리나라 기업이라는 점을 수 차례 강조했다. 세간의 논란이 되는 일본의 L투자회사들에 대해서는 "일본롯데 계열기업이 공동으로 투자에 참여하면서 생긴 것”이라며 “롯데호텔은 국부유출 창구가 아니라 일본롯데의 투자 창구”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론은 시큰둥하다. 막연한 계획뿐인데다 그나마도 실현 가능성이 확실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순환출자 고리 80%를 해소한다 해도 여전히 80여 개의 고리가 남게 된다. 이는 10개 이내로 형성되어있는 삼성이나 현대차그룹에 비해 10배에 가깝다. 게다가 신 회장이 밝힌 대로 지주회사 전환에는 7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고 이는 그룹 순수익의 2~3년 치에 해당하는 규모다. 따라서 과연 실천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롯데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일본 투자회사의 지분율을 낮추는 것도 롯데호텔 기업공개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한국에서 번 돈을 일본으로 빼돌린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아버지와 형의 동의를 얻지 못한 상황이라 이 같은 방안이 이사회나 총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하다. 17일 주주총회를 지켜봐야겠지만 가족 간 지분정리가 되지 않는 이상, 지배구조는 앞으로도 투명해지기가 어렵다. 이날 발표가 일단은 경영권 확보를 위한 여론조성책으로만 받아들여지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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