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DMZ 지뢰도발, 이번만큼은 단호 대응해야

입력
2015.08.10 16:53

우리 병력 피해 직접 노린 명백한 도발

이번에도 또 반복된 DMZ 경계허점 노출

감시장비, 작전 매뉴얼 등 철저 보완을

지난 4일 경기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DMZ)에서 부사관 2명이 중상을 당한 폭발 사고는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 때문으로 드러났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군 합동조사단에 따르면 북한군은 군사분계선(MDL) 남측 440m 지점의 철책 통문 남쪽에 목함지뢰 2발, 남쪽에 1발을 매설하고 돌아갔으며, 우리 수색병력이 통문을 지나던 중 매설된 지뢰를 밟았다고 한다.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불법 침범해 일종의 대인지뢰인 목함지뢰를 매설한 것은 우리 군 병력에 피해를 입히기 위한 명백한 도발이다. 비무장지대 내에서의 적대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정전협정 위반으로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사태다.

합참은 대북 경고성명을 통해 “북한은 이번 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며 “수 차례 경고한 대로 도발에 상응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은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상응하는 조처를 취함으로써 경고가 엄포가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 또한 유엔사를 통한 장성급 회담 개최를 비롯해 국제적인 제재 분위기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북한의 도발 행위와는 별개로 우리 군의 허술한 경계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수백 m나 넘어와 지뢰를 매설할 때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열상감시장비(TOD)나 레이저관측장비, 폐쇄회로(CC)TV 등 어느 감시장비에도 포착되지 않았다. 북한군이 목함지뢰 3개를 묻으려면 최소한 2명이 10여 분 가량 작업을 하고 여러 명이 엄호를 했어야 가능한데도 이를 탐지하지 못했다. 더구나 북한이 작년 말부터 비무장지대 내에서 지뢰를 매설하는 징후를 포착했는데도 대비하지 못한 것은 군 지휘부 판단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군은 2012년에는 북한군 병사가 우리 군의 일반전초(GOP) 창문을 두드렸던 ‘노크귀순’과 경계소초(GP) 도착 다음날 발견한 지난 6월의‘대기귀순’으로 비무장지대 감시에 허점을 노출한 바 있다. 급기야 최윤희 합참의장이 직접 전방 GOP를 방문해 “경계에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까지 했으나 북한의 도발을 막는 데 또 실패했다. 그래서 더 충격적이다.

북한은 이달 중순께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앞두고 연일 위협수위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공포정치에 따른 군 간부들의 충성경쟁으로 도발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이번 사태도 북한군 최전방 부대에서의 ‘보여주기식 충성경쟁’이 새로운 형태의 도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 당국은 비무장지대에서 감시ㆍ관측 장비의 성능개량 작업과 함께 수색작전 매뉴얼 개선 등의 보완조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의 기습 도발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비무장지대는 물론 서해안 일대와 후방의 군사적 취약지역 등에 대한 재점검과 경계도 강화해야 한다. 더 이상 국민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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