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해킹 의혹' 공안부 배당…현 정부 3번째 국정원 수사

입력
2015.07.27 14:32

"국가 안보 관련 사안인 점, 과거 수사사례 고려해 결정"

"특수부 맡기엔 단서 부족" 고려한 듯…조만간 고발인 조사 예정

국정원의 민간인 해킹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조형물에 대검찰청에 반영되어 보이고 있다. 국정원은 이탈리아 해킹업체에게 2012년 PC, 스마트폰 등 단말기 도청 프로그램 RCS(Remote Control System)를 구입해 불법으로 해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시스
국정원의 민간인 해킹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조형물에 대검찰청에 반영되어 보이고 있다. 국정원은 이탈리아 해킹업체에게 2012년 PC, 스마트폰 등 단말기 도청 프로그램 RCS(Remote Control System)를 구입해 불법으로 해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시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해킹 의혹을 고발한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서에 배당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3일 고발장을 접수한 이 사건을 공안2부(김신 부장검사)에 맡기고 수사를 시작한다고 27일 밝혔다. 공안2부는 대공 및 노동 사건을 주로 수사하는 부서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의 속성이 국가 정보기관의 안보 업무와 관련돼 있다는 점, 공안2부에서 2002년과 2005년에 시민단체에서 고발한 국정원 도청 의혹 사건을 수사한 바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배당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는 건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의혹 사건에 이어 현 정부 들어 3번째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고발한 대상은 국정원이 해킹 소프트웨어를 구매할 당시인 2012년 현직에 있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소프트웨어 수입 중개업체 나나테크 등이다.

국정원이 해킹에 주로 쓰이는 스파이웨어를 중개업체 나나테크를 통해 이탈리아의 제작사 '해킹팀'으로부터 수입한 과정이 위법한 데다 이를 민간인 사찰에 활용한 의혹이 있으니 실체를 밝히고 처벌해 달라는 게 고발 내용이다.

고발장에는 국정원이 인가받지 않은 해킹 소프트웨어를 도입·운용해 통신비밀보호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고, 업무방해 혐의도 있다고 적혀 있다.

국정원은 이 프로그램의 구매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사찰 의혹은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해외·북한 정보 수집용이나 실험·연구용으로만 쓰기 위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수사부서를 결정한 검찰은 일단 고발인인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를 상대로 조만간 고발 취지 등을 조사한 뒤 수사 대상을 압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수사의 핵심은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동원해 내국인의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에서 개인 정보를 빼내는 수법으로 불법 사찰을 벌였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지금까지의 고발 내용만으로는 민간인 사찰 의혹을 뒷받침할 결정적 단서가 나왔다고 보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현재 국정원은 해킹팀으로부터 구입해 대북정보 수집 및 연구용으로 썼다는 해킹 프로그램 회선 20개 외에도 회선을 추가 구매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다.

프로그램 구매·운용문제를 놓고 국정원 직원과 나나테크, 해킹팀이 상의했다는 내용을 다룬 언론 보도에는 국정원이 내국인을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을 도입한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을 만한 대목도 있다.

하지만 국정원 내부 제보나 관련 문건 등 내국인 사찰 흔적을 입증할 결정적 단서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해킹프로그램의 구매·운용에 관여한 임모씨가 생전에 삭제한 파일을 국정원이 복구·분석한 결과 내국인 사찰은 전혀 없었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런 여건에서는 국가 정보기관을 상대로 강제수사를 벌이기가 쉽지 않다고 검찰은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안보 관련 사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국정원의 수사 협조를 잘 끌어낼 수 있도록 업무관계가 구축돼 있는 공안부에 일단 사건을 맡긴 것으로 분석된다.

해킹 프로그램 분석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디지털 분야 수사를 위해 현 수사팀에 첨단범죄수사부 소속 검사와 수사관이 보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수사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흘러나온다. 수사팀 진용에 비춰 의혹을 적극적으로 파헤치기보다는 국정원 해명을 검증하는 수준에서 수사가 그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반면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유력 단서가 불거져 나온다면 검찰이 지금보다 수사 강도를 높일 수도 있다. 특수부 검사까지 합류한 사실상의 특별수사팀 체제로 수사팀이 재편될 가능성도 경우에 따라서는 남아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 이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조만간 이번 의혹에 대한 고발장을 내기로 하는 등 병합되는 사건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당분간 자료 수집과 법리 검토에 시간을 할애하면서 이번 의혹에 관한 국정원의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 내용과 청문회를 비롯한 국회 차원의 진상 조사 작업 추이를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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