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여성 전용 체육강좌' 역차별 논란

입력
2015.02.03 20:00

"남학생에 비해 체력 약해 겉돌고 남녀비율 맞지 않아 수업에 차질"

"수강신청하기 힘든데 정원만 줄어 기회균등의 원칙 저버린 역차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서울대학교.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서울대학교. 한국일보 자료사진

“체육수업 수강하기 힘든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여성전용 강좌라니요? 역차별 아닙니까?”

2일 서울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스누라이프’에는 이런 류의 비난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학교 측이 이날부터 시작한 2015학년도 1학기 수강신청에서 일부 선택교양 체육교과에 여성전용강좌를 개설하자 남학생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한 게시판 이용자는 3일 “남성전용 강좌가 있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서야 남학생이 들을 수 있는 수업 정원만 줄어드는 셈”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대는 2년 전 개설한 체력단련 실기수업과 함께 올해부터 수영 농구에 한해 여성전용 강좌를 신설했다. 자유형 6개 강좌와 농구초급 3개 강좌, 체력단련 15개 강좌에 각각 한 수업씩 여학생만 수강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서울대 측은 여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전용강좌를 개설했다는 입장이다. 나영일 체육교육과 학과장은 “학기 종료 후 강의평가 결과 많은 여학생들이 ‘체력이 약해 남학생과 함께 체력단련을 하면 수업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겉돈다’며 별도 강좌 개설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수업당 여학생 수강 인원이 5~10명에 불과해 남녀 비율이 안 맞아 수업 진행에 차질이 생긴다는 얘기다. 수영 강좌의 경우는 여학생들이 몸을 드러내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것이 개설 이유였다.

다른 대학들도 여성 체육강좌를 늘리는 추세다. 한국외국어대는 이번 학기 여학생 전용 ‘호신술’ 강좌(30명 정원)를 새로 만들었고, 연세대도 체질량지수(BMI) 20% 이상인 여학생을 상대로 한 ‘파워다이어트’ 강좌(28명 정원)를 개설했다.

하지만 여성에게 특화한 이런 과목들과 달리 서울대의 여성전용 강좌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인문학부에 재학 중인 김모(20)씨는 “운동 중 자기 몸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가지만 여학생만 그런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오류”라고 말했다. 유재충 경희대 스포츠지도학과 교수는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심신을 단련하는 체육수업에서 남녀를 구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남녀가 함께 어울려 체육활동을 하는 것은 좋은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선택교양인 체육강좌들은 1학점밖에 안 되지만 수강신청 때마다 5분도 안돼 30명 정원을 채울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남학생들은 역차별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경제학과 최모(22)씨는 “개인 운동인 수영과 체력단련에까지 여성전용 수업을 만든 것은 명백한 역차별”이라며 “학교 측이 먼저 ‘누구나 공평한 기회를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기회균등의 원칙을 저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한형직기자 hj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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