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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 초중고·유치원에 통지문

중국 베이징 거리에 등장한 산타가 23일 한 주민에게 사탕을 주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중국이 크리스마스 문화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25일 중국 인터넷과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 등에 따르면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시 교육 당국은 최근 각 초중고와 유치원에 성탄절 관련 행사 금지 통지문을 하달했다. 이 공문은 ‘학교 교정 안에서는 성탄절과 관련이 있거나 이를 경축하는 어떠한 행사와 활동도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 뒤 철저한 책임과 감독을 주문했다.

한 교장은 “며칠 전 공문을 받았다”며 “교육 당국에서 성탄절과 관련 이런 공문을 내려 보내기는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 당국 관계자는 “통지문의 목적은 맹목적으로 서양 명절을 기념하기보단 전통 명절에 대한 관심을 더욱 환기시키려는 것이었다”며 “서양 명절을 이해할 필요는 있지만 여기에 너무 열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특히 그는 “중화민족은 자신만의 전통적인 명절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원저우 교육 당국이 이런 통지문을 내려 보낸 것은 실제로는 인구 900여만명 중 100여만명이 기독교도일 정도로 이 곳이 중국에서 가장 기독교인들이 많은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지난 4월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리는 원저우시 융자(永嘉)현의 싼장(三江)교회를 강제 철거한 바 있다.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의 시베이(西北)대학에선 아예 학생들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외출을 할 수 없도록 22일~25일 교문 출입 등을 통제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24일 저녁에는 전 학생이 교내에서 중화 민족의 전통 문화에 대한 선전 영화를 관람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내 곳곳에는 ‘성탄절을 대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중화 문화의 주체성을 꼿꼿이 세우자’, ‘세속에 영합해 서양 명절을 따르는 것을 반대한다’등의 현수막도 내걸렸다. 이 현수막은 중국공산당 하부 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측에서 준비한 것이다. 한 네티즌은 “스무살도 넘은 대학생에게도 크리스마스를 즐길지 말지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없는 것이냐”며 “지나친 간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 서양 명절을 쇠는 문화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고 이에 따라 전통 문화가 점점 소외되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반론도 있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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