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부사장, 모든 보직서 사퇴

입력
2014.12.0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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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부사장, 임원회의에서 “고객 및 국민께 죄송”

조양호 회장 귀국하자마자 사의 전격 수용

참여연대 항공법 위반 혐의 등으로 10일 검찰 고발

서승환 국토부 장관 “사실관계 기초해 엄정처리 계획”

조현아 부사장 모든 보직에서 사퇴

임원회의에서 “고객 및 국민께 죄송스럽다”

조양호 회장 귀국하자마자 사의 전격 수용

조종사 노조도 “조 부사장이 책임 져야” 성명

참여연대 항공법 위반 혐의 등으로 10일 검찰 고발

서승환 국토부 장관 “사실관계 기초해 엄정처리 계획”

기내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륙 직전에 승무원을 내리게 해서 물의를 일으킨 조현아(40) 대한항공 부사장이 보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임원회의에서 조 부사장의 퇴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본의 아니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고객 및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스러우며 저로 인해 상처를 입으신 분이 있다면 너그러운 용서를 구한다.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대한항공의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조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와 호텔사업부문에서는 손을 떼지만 부사장 직함과 등기이사 자리는 유지한다. 한진관광, 칼호텔네트워크, 왕산레저개발 등 계열사 대표이사직도 계속 맡기로 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해외출장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열린 임원회의에서 큰딸인 조 부사장의 사의를 전격적으로 수용했다. 조 회장은 회의 참석에 앞서 취재진들에게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쳐 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 드린다”며 “임원으로서 모든 과정을 조사한 뒤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 인사조치를 예고했다.

조 부사장의 퇴진 결정은 전날 밤 발표된 대한항공 측의 ‘사과 성명’이 오히려 회사 안팎의 비판 여론을 더욱 확산시키자 사실상 백기투항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사건이 조 부사장 개인의 문제를 넘어 회사 명성까지 크게 흔드는 상황까지 오자, 퇴진 카드 이외에는 여론을 진정시킬 방법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은 전날 “조 부사장의 언행은 정당했으며 모든 책임은 비행기에서 쫓겨난 승무원 탓”이라고 강변해 조종사 노조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성명을 통해 “회사는 조 부사장의 중대한 과실을 덮으려고 승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책임은 부사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탑승구로 돌아가야 한다’고 기장에게 보고하도록 지시한 조 부사장이 져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특히 “이번 사건으로 그 동안 대한항공 직원이 땀 흘려 쌓아온 이미지를 단박에 무너뜨렸다”며 “대한항공은 사주 집안 몇몇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회사가 아니지만 경영진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개탄했다.

조 부사장과 대한항공에 대한 분노는 시민단체와 국회로까지 번졌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최근 벌어진 갑을문제 중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평가했다. 참여연대는 10일 오후2시 조 부사장을 항공법과 항공보안법, 업무방해 및 강요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혀, 조 부사장은 검찰 수사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이날 “대한항공은 사과문을 냈지만 승무원에게만 책임을 넘기는 갑(甲)질로 일관했다”며 “임원에게 서비스 점검 의무가 있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며 재벌 오너의 심기를 거스른 것이 문제였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AFP 등 주요 통신사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영국의 BBC, 중국 신화통신 등 해외 유력매체들은 조 부사장의 기행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파문은 국제적으로 확산됐다.

조 부사장에 대해 실정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국토교통부는 이틀째 조사를 이어갔다. 국토부 소속 항공보안 및 안전감독관들은 인천지방항공청의 지원을 받아 사건 당사자 및 관계자를 인터뷰했으며, 조 부사장이 직원에게 호통을 치며 소란을 피운 행위 및 항공기를 탑승구로 되돌려 사무장을 내리도록 한 지시의 사실 여부를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국토부는 위법사항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고발 등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서승환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제3차 국민안전혁신특별위원회에서 “사실관계에 기초해 법과 규정에 어긋나는지 판단하고 필요시 엄정하게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항공보안법 제23조에는 ‘승객은 안전한 운항을 위해 폭언, 고성방가 등 소란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적시돼 있고, 항공법 제50조에는 ‘항공기의 비행 안전에 책임을 지는 기장은 승무원을 지휘ㆍ감독한다’고 명기돼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9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안전혁신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이 항공기를 되돌려 승무원을 내리게 한것과 관련해 적법성 여부를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동 대한항공 빌딩 모습. 뉴시스
9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안전혁신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이 항공기를 되돌려 승무원을 내리게 한것과 관련해 적법성 여부를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동 대한항공 빌딩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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