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에볼라 검역 지침, 군과 민간 왜 다를까?

입력
2014.10.30 13:46

백악관 압력에도 국방부 공식 발표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이 29일 에볼라 퇴치 지원 활동을 목적으로 서아프리카에 파견한 미군이 귀환하면 21일간 격리시키도록 하는 조치를 승인한 가운데, 이날 6차 연례 워싱턴아이디어스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이 29일 에볼라 퇴치 지원 활동을 목적으로 서아프리카에 파견한 미군이 귀환하면 21일간 격리시키도록 하는 조치를 승인한 가운데, 이날 6차 연례 워싱턴아이디어스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군인들은 왜 3주일이나 격리하나. 정부가 국민들을 속이고 있는 것 아니냐.”

미국 국방부가 백악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서아프리카에서 돌아온 장병들에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제시한 지침보다 훨씬 강도 높은 ‘21일 격리조치’를 내린 배경을 놓고 미국 여론이 술렁이고 있다.

미 국방부는 29일 에볼라 퇴치 지원 활동을 위해 서아프리카 지역에 파견했던 미군 병력이 귀환할 때 21일간 격리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미군 합동참모본부에서 제출한 이같은 내용의 제안에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이날 오전 서명함에 따라 공식 명령으로 발효됐다고 밝혔다.

앞서 CDC는 최근 발표한 지침에서 이들 군인과 거의 유사한 의료활동을 하고 돌아온 의료진 등 에볼라 감염 고위험군에 대해 자발적인 ‘자택 격리’만 권고했다. 국방부의 결정은 에볼라 환자 초기 대응이 미숙해 여론의 불신을 사고 있는데다 일부 주까지 반기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백악관은 이 같은 방침이 정부 내 엇박자로 비치는 것을 불식시키기 위해 ‘군 병력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같은 문제에 군과 민간이 다르게 대응한 사례는 드물지 않다”며 “군 당국은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병력을 한 곳에 모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 스티브 워런 대변인도 “서아프리카 귀환 장병이 21일간 외부 접촉이 금지된 채 건강상태를 점검 받을 것”이라면서도 “이는 ‘격리 같아 보일 뿐’이지 실제 격리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건강ㆍ위생 문제에 민감한 군 조직 특유의 보수성도 이 같은 대응이 나온 배경에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번 정책은 안전에 대해 ‘아주 아주’ 많이 신경을 쓰는 군 공동체의 매우 구체적인 토론의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은 에볼라 대응전선에서 불거진 군 당국의 예상치 못한 ‘반란’에 매우 분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군의 별도 대응을 용인하긴 했지만 백악관의 정서는 매우 불쾌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오바마가 이슬람국가(IS) 대응 전략으로 ‘지상군 투입 배제’를 고수하는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해온 군 수뇌부가 또다시 엇박자를 낸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캘리포니아주는 이날 에볼라 창궐지역을 방문하고 오는 사람을 대상으로 21일간 ‘검역 의무화’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전했다. 이 지침은 ‘강제 격리’를 규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부 다른 주의 ‘21일간 격리 의무’와는 뉘앙스가 다르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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