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국, 순항-대치 다시 갈림길에

입력
2014.10.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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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세월호 3법은 기한 내에 처리 합의·공감

공무원연금 처리 시기 등 쟁점사안엔 입장 차 보여

"재정 적자 늘더라도 투자"...朴대통령 시정연설서 강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야 지도부가 29일 국회에서 만나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 시한인 12월 2일까지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또 세월호 관련 3대 법안(세월호특별법 제정안, 정부조직법 개정안, 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 개정안)을 이전 여야 합의대로 이달 31일까지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기초생활보장법을 비롯한 각 당이 처리를 요구하는 법안들은 이번 정기국회 회기(12월9일) 내에 처리할 수 있도록 여야가 최선의 노력을 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약 한 시간 동안 비공개 회동을 가진 뒤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15가지 합의 및 논의사항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이 당 대표급의 여야 지도부와 회동한 것은 지난해 9월에 이어 두 번째다. 특히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정국에서 아무런 합의 없이 결렬된 지난해 3자 회동과 달리 이번에는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일부 합의까지 이끌어냄으로써 연말 정국이 순항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이번 회동은 박 대통령이 먼저 제안하고 야당이 단번에 호응하면서 무리 없이 성사됐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경제 살리기와 공무원연금 개혁 등의 과제를 관철시키기 위해 여야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판단에 따라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사실상 정국 장악력을 상실한 야당은 청와대 요청을 거부할 마땅한 명분이 없는데다 정부 여당의 개혁드라이브를 발목 잡는다는 역풍도 우려해 회동에 응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와대와 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시기와 이명박정부의 자원외교와 4대강 사업 등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 문제 등 인화성이 큰 쟁점에 대해서는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야당은 회동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필요성에는 공감을 표했지만, “이해관계자 설득을 위한 충분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혀 연내 처리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야당은 자원외교와 4대강사업, 방위사업비리 관련 국정조사를 요구했고, 박 대통령은 방위사업비리에 대해서만 강력한 수사 필요성이 있다면서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3자 회동으로 형성된 정치권의 온기가 쟁점 현안 처리과정에서 급속도로 냉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 앞서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면서 “재정 적자를 늘려서라도 경제를 살리는 데 투자해 위기에서 빠져 나오도록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가계와 기업 등 민간의 지출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마저 지갑을 닫아버린다면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악순환에서 헤어나기 어렵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방위사업ㆍ군납 비리와 관련 “안보의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 행위”라며 “일벌백계 차원에서 강력히 척결해 그 뿌리를 뽑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공무원연금 개혁의 연내 완료와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과 국가안전처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민생경제 법안 처리 등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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