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DC 에볼라 '자가격리' 지침에 일부 주 반발

입력
2014.10.28 16:40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7일 의료진 등 에볼라 감염 고위험군에 대한 자발적 ‘자가 격리’를 권고하는 새 에볼라 대응 지침을 내놨다. 일부 주에서 의료진 등에 대한 격리를 강제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이다.

CDC 새 지침의 요지는 서아프리카 에볼라 창궐국을 방문한 사람들의 위험도를 차등화시켰다는 점이다. 새 지침은 현지에서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던 중 치료용 바늘에 찔렸거나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를 돌봤을 경우, 감염 위험이 높은 것으로 판단해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 고위험군은 귀국 후 자택에서 스스로 격리조치를 한 뒤 감염 여부를 관찰해야 한다.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의 이용도 불허된다.

지침은 반면 현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돌아온 의료진은 ‘어느 정도’, 또 미국 의료시설에서 에볼라 환자를 돌본 의료진은 ‘낮지만 완전히 괜찮지는 않은 정도’의 감염 위험이 있는 것으로 각각 판단해 보건당국이 에볼라 증상 여부를 관찰하기로 했다. 톰 프리든 CDC 소장은 “주 정부에서 더 엄중한 조치를 원하면 그것은 그 주 정부의 권한”이라면서도 “이번 CDC의 새 지침은 합리적인 과학적 판단에 따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CDC의 새 지침은 뉴욕, 뉴저지, 일리노이 등 일부 주 정부가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환자와 접촉한 뒤 귀국한 사람을 21일간 의무격리하겠다고 발표했다가 거센 논란이 일자 이 조치를 증상이 없는 사람에 대해 ‘자가 격리’로 완화한 뒤 나온 것이다.

하지만 에볼라 환자 발생으로 방역 비상이 걸린 뉴욕과 뉴저지주는 CDC의 이 지침을 또 비난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CDC의 조치는)뒤처져 있다”고 비난했고,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도 “연방정부와 협조하고 있는데 CDC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네이선 딜 조지아 주지사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환자를 직접 접촉했던 사람은 ‘지정된 장소’에 격리될 것이라고 말해 뉴욕, 뉴저지의 조치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메릴랜드주는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감염ㆍ의심 환자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지역 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대중집회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서약서에 서명하도록 했다. 버지니아주도 에볼라 노출 정도에 따라 대중교통 이용이나 대중집회 참석 금지, 병상간호 금지 등의 조처를 하기로 했다.

한편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간호사 앰버 빈슨(29)이 28일 오후 동료 간호사 니나 팸(26)에 이어 완치돼 퇴원한다고 빈슨이 입원해 있던 에모리대 병원이 밝혔다. 빈슨은 미국 내 첫 에볼라 환자인 토머스 에릭 던컨을 치료하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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