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톺아보기] 전작권 환수 연기 국회 비준 논란

입력
2014.10.27 04:40

野 "재정부담 증가… 다시 받아야" 與 "큰 틀서 기지이전 분명… 불필요"

지난 23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46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한 한민구 국방장관(오른쪽)이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의 안내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3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46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한 한민구 국방장관(오른쪽)이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의 안내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정부가 한미안보협의회(SCM)를 통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시기를 사실상 무기한 연기한 뒤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이번 합의가 국회 비준사안이었던 연합토지관리계획(LPP)과 용산기지이전계획(YRP)의 실질적인 수정을 담고 있어 국회 비준동의 논란으로 비화하고 있다. 야권은 국가 재정부담을 증가시키는 변화인 만큼 국회 비준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국방부와 새누리당은 비준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전작권 환수 연기도 비준동의 대상이라는 지적이어서 정치권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가 비준한 LPPㆍYRP 번복 논란

한미 합의에 따라 한미연합사 본부와 미 8군사령부 등이 잔류할 경우 서울시는 용산기지 전체 면적(265만㎡)의 10% 가량을 2020년대 중반까지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경기 동두천시도 2020년까지 미군 210화력여단이 주둔하고 있는 14.15㎢ 규모의 캠프 케이시를 반환받지 못한다. 두 곳 모두 수년 전부터 진행해온 토지이용계획을 상당 기간 포기해야 하고 이들 시설물의 이전을 위해 확보한 경기 평택의 대규모 대토지역도 장기간 비워둘 수밖에 없다.

초점은 이번 합의가 LPPㆍYRP의 번복인지 여부다. 국방부는 “한미연합사와 210화력여단이 잔류하더라도 YRP나 LPP를 수정할 필요가 없어 국회의 비준동의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이전 시행과정에서 시설과 구역소에 현저한 변화가 발생했을 때는 상호 협의에 의해 이전계획을 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 YRP 2조5항을 근거로 제시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찬 의원은 “큰 틀에서 용산기지가 이전하는 건 분명하고 다만 지엽적인 조정이 있는 것”이라며 국방부 주장에 힘을 실었다.

반면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재정적 부담도 상당할 것이므로 LPPㆍYRP의 실질적인 번복에 해당하고 따라서 국회가 재비준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주장도 상당하다. 국가의 안전보장 관련 사안이거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 등에 대해선 국회가 비준동의권을 갖도록 규정한 헌법 60조가 근거다.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울과 동두천의 도시계획과 경제적 상황까지 크게 흔들릴 만큼 중대한 재정부담이 발생할 문제이므로 국회의 비준동의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전작권 전환 시기를 조정하는 건 행정부 수반이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LPP와 YRP는 양국간 조인사안이기 때문에 반드시 국회의 비준을 다시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작권 전환 연기야말로 국회 동의 받아야”

야권 내에선 LPPㆍYRP 번복은 물론이고 전작권 전환 연기 자체도 국회의 비준동의 대상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전작권 전환 시기를 늦춘 것에 대해선 사실상 행정협정이라며 용인하는 듯한 야권의 전반적인 기류와는 차이가 있다. 2010년 이명박정부 당시 전작권 반환 시점을 2012년 말에서 3년 늦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당시엔 국회 비준 여부를 두고 별다른 논란이 없었다.

전작권 반환 및 LPPㆍYRP 협상 당시 국회 외통위 간사였던 새정치연합 최재천 의원은 “2015년 12월에 반환키로 돼 있던 전작권을 특정하지 않은 기간 동안 다시 미군에 주는 것이므로 이는 국민주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며 “이를 대통령의 행정명령 수준으로 체결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4년 전에는 일시적인 연기였지만 이번엔 우리의 안보환경 구비라는 추상적인 전제를 달아 무기한 연기한 것”이라며 “전작권 환수 연기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서 주권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선원 전 참여정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도 “박근혜정부가 안보주권을 사실상 포기하고 미국 군수산업의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가는 것에 대해선 국회의 토론을 거쳐 비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비서관은 다만 LPPㆍYRP의 번복 논란에 대해선 “한미 양국이 협정ㆍ조약 차원이 아닌 세부조항을 근거로 상호 합의에 의한 조정을 했다고 하면 법률적으로 문제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임준섭기자 ljscogg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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