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준석 선장 발뺌·변명 일관 "정신적 문제 있었다" "난 교대선장"

입력
2014.08.2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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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적·부실고박·평형수 부족 추궁에 "관행" "1등 항해사 업무" 떠넘겨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준석 세월호 선장이 29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열린 청해진해운 임직원들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준석 세월호 선장이 29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열린 청해진해운 임직원들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그땐(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세월호 참사 이후 처음으로 이준석(68) 선장이 법정에서 입을 열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제 정신이 아니어서 퇴선(退船)신호를 울릴 생각도 못했다며 변명을 하고, 과적과 부실 고박 등 선박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도 다른 승무원들에게 떠넘기려 해 빈축을 샀다.

이 선장은 29일 광주지법 형사13부(부장 임정엽) 심리로 열린 청해진해운과 우련통운 등 관계자 11명에 대한 5차 공판에서 세월호 침몰 원인 등을 둘러싸고 검찰과 변호인 양측이 신청한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선장은 이날 “사고 당시 조타실에 있는 비상벨을 왜 누르지 않았냐”는 청해진해운 해무팀장 박모(46) 피고인 측 변호인의 질문에 “그때까지는 (비상벨을 눌러야 한다는)생각을 못했다”고 답했다. 이에 변호인이 “퇴선신호를 의미하는 비상벨을 눌러야 하는 상황인지 아닌지 판단이 안 섰다는 거냐”고 다그치자, 이 선장은 “그때 조금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판단할 능력이 안 됐다”고 말했다.

이는 이 선장이 침몰하는 세월호에 승객들을 버려둔 채 탈출한 자신의 행동이 정신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부각시켜 형량을 줄여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선장은 비상벨을 누르면 탈출하라는 안내방송이 동시에 나오는 걸로 착각한 변호인이 관련 질문을 하자, “그 전에 2등 항해사에게 선내 방송을 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굳이 비상벨을 누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불과 1분 전 비상벨을 눌러야 할지 판단할 능력이 안 됐다는 증언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선장은 세월호의 안전관리 최종 책임자는 자신이라고 밝히면서도 침몰 원인으로 지적되는 과적과 부실 고박, 평형수 부족 등에 대해서는 “관행이었다” “선장이 일일이 평형수까지 다 확인하지 못한다” “1등 항해사로부터 ‘다 잘됐다’는 보고만 받았고, 1등 항해사 담당 업무여서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책임을 떠넘겼다.

특히 선장으로서 회사 측에 과적을 거부하거나 컨테이너 고정장치 등 시설개선을 요구를 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추궁하는 질문에는 말을 더듬거나 동문서답식 증언을 해 재판장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이 선장은 세월호 정식선장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세월호의 또 다른 선장인 신모씨가 정식 선장이고 나는 교대선장”이라고 주장했다. 또 사고가 난 곳이 위험 해역인데도 조타실을 떠나 침실로 간 이유에 대해서는 “맹골수도는 협수로가 맞지만 사고가 난 곳은 폭이 6마일, 즉 11㎞ 정도 되는 구간으로 상당히 넓은 해역”이라며 “당시 당직 항해사(3등 항해사)가 무난히 잘할 것으로 믿었다”고 해명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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