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이 세월호 못 들어간 이유… "18년간 선박 진입 훈련받은 적 없다"

입력
2014.08.1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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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하는 세월호. 한국일보 자료사진
침몰하는 세월호. 한국일보 자료사진

“선체 내에 들어가 인명을 구조하는 훈련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러니 선내 진입 장비도, 매뉴얼도 없다. 해상 구조구난훈련도 익수자 구조 중심으로 이뤄졌다.”

12일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 임정엽) 심리로 열린 이준석 선장(68) 등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7차 공판에서 당시 현장에 처음 도착한 목포해경 123경비정(100톤급) 승조원들은 “평소 선내 진입 훈련은 없었고, 사고 당시 경황도 없어 승객 구조를 위해 선내에 진입해야 한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123정 항해팀장 박모(42) 경사는 “좌초한 선박에서 (인명을)구조하는 훈련을 받은 적 있느냐”는 검찰 측 신문에 “18년 해경 생활 중에 그런 훈련 받은 적은 없다. 훈련을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경비정엔 선내 진입을 위한 (구조)장비도 갖춰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경사는 이어 “해상구조구난훈련은 자체적으로 하는데, 이 가운데 인명구조훈련은 단순 해상 표류자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다수 인명구조 훈련도 경비정 후미에서 로프를 이용해 (익수자들을)한 번에 잡아 당기는 훈련을 한다”고 덧붙였다. 해상 구조구난훈련의 기본 전제가 바다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123정 부정장 김모(51) 경위도 증인으로 나서 “선박 좌초와 같은 대형 해상사고 발생 시 100톤급 규모의 소형 경비정은 바다에 빠진 사람들을 경비정 현측으로 유도해 구조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훈련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모(47) 경사는 “선박 침몰사고에 대비한 123정 승조원들의 임무별 매뉴얼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승조원들은 승객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친 데 대해서는 “상황이 워낙 급박하고 경황이 없어서 선내 진입은 물론 승객들에 대한 퇴선방송도 못했다”는 등의 주장을 펴며 책임을 회피했다. 특히 승조원들은 세월호 선원들이 승객 구조 책임을 해경에 떠넘긴 데 대해 “1차적 구호는 선장과 선원들에게 있다” “세월호 자체적으로 초동조치가 이뤄져 비상갑판 등에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나왔다면 이런 인명피해는 없었을 것”이라며 책임 공방을 벌였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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