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그림으로도 큰 변화 가능...폭압 멈추려면 행동을"

입력
2014.08.08 04:40

朴대통령 풍자 그림 전시 불허 논란 속

만평집 '괜찮아, 잘될 거야' 한국 출간

마나 네예스타니
마나 네예스타니
중동 국가들이 표현의 자유를 거의 인정하지 않는 것을 감안할 때 마나 네예스타니의 만평은 대단히 수위가 높다. 시리아를 내전으로 몰아 넣은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첫 번째)과 선거 때마다 어김 없이 일어나는 유혈 사태 및 비리 의혹(세 번째)을 비꼬는 듯한 네예스타니의 만평에서 거침 없는 고발 정신과 허를 찌르는 재치를 확인할 수 있다. 돋을새김 제공
중동 국가들이 표현의 자유를 거의 인정하지 않는 것을 감안할 때 마나 네예스타니의 만평은 대단히 수위가 높다. 시리아를 내전으로 몰아 넣은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첫 번째)과 선거 때마다 어김 없이 일어나는 유혈 사태 및 비리 의혹(세 번째)을 비꼬는 듯한 네예스타니의 만평에서 거침 없는 고발 정신과 허를 찌르는 재치를 확인할 수 있다. 돋을새김 제공

광주시 공무원들이 8일 광주시립미술관 개막전에 걸릴 작품 중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하는 그림의 수정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떠들썩하다. 허수아비로 묘사된 박 대통령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이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그림을 그린 홍성담 씨는 고위 공무원들이 김 비서실장을 빼라, 박 전 대통령의 선글라스를 벗기라는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이 그림의 전시를 불허하기로 했다.

검열은 어떻게 시작하고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까. 이란 만평가 마나 네예스타니는 “검열은 권력기관이 아닌 우리 마음 속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검열의 사회에서 자라난 이들이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중에 자신과 타인을 규제하고, 권력은 그것을 강화하는 식으로 검열의 문화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1999년부터 시사만평을 그리기 시작한 네예스타니는 2006년 그린 한 컷의 삽화 때문에 테헤란 감옥에 갇혀 고문을 당했다. 임시 석방 기간 중 프랑스로 망명한 그는 인터넷을 통해 이란과 중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억압과 검열, 종교 갈등, 사회 불평등, 정치범들의 처지를 끊임없이 고발하고 있다. 그의 그림을 모은 만평집 ‘괜찮아, 잘될 거야’가 한국에 처음 소개됐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민중의 피로 차를 우려 마시는 그림이 섬뜩하다.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그에게 검열에 대처하는 시민의 자세를 물었다.

_일러스트레이터로 출발했다가 1999년 시사만평가로 변신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이란의 언론 자유는 정치사회적 상황에서 극심한 영향을 받는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대부분의 잡지에는 만평이나 캐리커처 게재가 금지됐다.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1980년대 후반만 해도 몇몇 잡지에서 일러스트를 그리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 정부가 관여하는 일부 신문을 빼고 독립적인 신문이나 정부에 비판적인 잡지에는 시사만평이 전혀 실릴 수 없었다. 그러다가 1998년 모하마드 하타미가 대통령이 되고 개혁의 분위기가 도래하면서 몇몇 운동가들이 신문을 창간했고 시사만평이 쏟아져 나왔다. 이 만평들은 독자의 엄청난 관심을 끌었고 만평가들은 암시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으로 검열을 통과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2000년 이란의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개혁가들이 운영하던 신문과 잡지 17, 18개를 폐간했고 그 뒤 이란의 시사만평은 거의 끝나다시피 했다.”

_2006년 그린 바퀴벌레 삽화로 인종주의자로 몰려 감옥에 수감돼 고문까지 받았다. 당시의 상황을 간략히 이야기해달라.

“나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이란 저메(Iran-Jome)’라는 주간잡지의 어린이 섹션에 4쪽 분량의 글과 그림을 싣는 일을 했다. 매주 한 가지 주제를 선택해 그 주제에 어울리는 익살스러운 글을 작성하고 일러스트를 그려 넣은 다음 과학적인 뒷받침이 되는 글들을 모아 수록하는 작업이었다. 어느 한 주에 ‘바퀴벌레’를 주제로 선정하고 첫 페이지에는 ‘바퀴벌레 퇴치법’이라는 제목으로 더운 계절에 바퀴벌레를 퇴치하는 아홉 가지의 우스꽝스러운 초현실적인 방법을 소개했다. 첫 번째 방법은 ‘대화하기’였다. 나는 한 소년을 등장시켜 조그마한 바퀴벌레에게 알아들을 수 없는 ‘가짜 바퀴벌레 언어’로 말을 걸도록 했다. 그리고 바퀴벌레는 ‘나마나(namana)?’라고 되묻게 했다. '나마나'는 ‘뭐라고?’라는 뜻의 아제리 단어이지만 페르시아 사람들의 대화에서는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 단어가 아제르바이잔어 어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았지만 아제리계 사람들은 내가 자신들을 바퀴벌레처럼 보이도록 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페이지의 다른 그림에 개구리와 바퀴벌레들이 페르시아어로 대화하는 것이 있었지만 그에 관해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제리계 사람들은 인종 차별을 하고 있던 정권에게 표출할 분노의 구실을 찾고 있었고 나의 바퀴벌레 일러스트가 그 역할을 하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 그 주간잡지는 정부가 운영하는 회사였고 그것이 그처럼 강하게 반응하게 된 또 다른 원인이 됐다. 정부의 의도가 개입된 인종적인 모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제리계 사람들이 타브리즈나 잔잔 같은 도시에서 거리로 몰려나와 대규모 항의시위를 했으며 그것을 달래기 위해 정권은 나와 편집자를 체포했다. 3개월 동안 감금됐다가 석방됐을 때 나는 아내와 함께 이란을 떠났다.

_사회 고발은 글, 그림, 음악 등 다양한 문화매체를 통해 이뤄진다. 그 중에서도 만화 또는 만평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인가.

“단 한 장의 그림으로 권력의 위세를 쉽사리 파괴할 수 있다. 독재자를 비웃고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게 하는 거대한 변화가 1, 2분 안에 이뤄지는 것이다. 독재자들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돈과 시간을 쏟아 붓는다. 그래서 그들이 만평가 같은 사람을 싫어하는 것이다.”

_2009년 이란 부정선거 때 많은 만평으로 이란 정부를 고발했다. 현재 당신이 관심을 기울이고 고발하고자 하는 건 뭔가.

“불행히도 2009년에 녹색운동을 주도했던 미르 호세인 무사비와 메흐디 카루비는 여전히 가택연금 상태이다. 많은 활동가, 언론인, 반체제인사들이 감옥에 갇혀 있다. 이들의 인권이 매우 가혹하게 침해 당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현재 나의 관심사들이다.”

_프랑스 망명 후 당신의 생활은 어떤가. 여전히 위협이 존재하는지는 않나.

“지금까지는 아주 좋다. 현재 나는 정치적 망명가로서 그 이점과 불이익을 다 겪고 있다. 만평을 그리는 데 있어 훨씬 더 많은 자유와 안전을 누리고 있지만 동시에 나의 친구와 가족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_이란과 차이는 있지만 한국에도 여러 형태의 검열이 존재한다. 당신의 그림을 처음 접하는 한국의 독자에게 한 마디 한다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비난하지만 나는 모든 건 우리 자신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변화를 원한다면 당신 자신이 그 변화가 되어야 한다’는 간디의 말을 진심으로 믿는다. 만약 우리가 극심한 폭압을 침묵으로 지켜보는 대신 실제 행동에 나선다면 정권은 폭력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언젠가는 멈출 것이다. 절대 희망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