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방한 부담됐나?…여야, 세월호법 극적합의

입력
2014.08.07 18:15

교황방한 부담됐나?…여야, 세월호법 처리 극적합의

'설전'으로 시작한 세월호담판, 100분 만에 일괄타결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주요 민생법안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 등에 합의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주요 민생법안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 등에 합의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7일 진통 끝에 세월호 특별법 처리와 세월호 국조특위 청문회 개최에 합의한 것은 그만큼 두 사람에게 가해진 정치적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두 원내대표는 지난 5월 나란히 원내대표에 취임하고 매주 주례회동을 하다시피 했지만 꽉 막힌 '세월호 정국'을 풀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의 단식이 30일째를 향해 가는 상황에서 '정국 경색'이 계속되면 여당은 재·보선 승리 후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야당은 무능하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이러한 비판 탓에 날로 커지는 두 원내대표의 부담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례회동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두 원내대표가 의례적인 인사말을 주고받기 무섭게 40여 분 간 설전을 벌인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만들었다는 세월호 특별법 관련 '대외비' 자료가 카카오톡으로 유포돼 야당 의원들이 분을 삭이지 못한다"며 이 원내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사실 관계를 먼저 확인해야지, 오늘은 싸우려고 나온 게 아니다"라며 "25일 결산안 처리, 8월 국정감사를 비롯해 민생 법안을 줄줄이 처리해야 하는데 차질이 생기면 여야 원내대표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목소리가 커진 이 원내대표의 말에 박 원내대표는 "지금 하신 말씀은 야당을 협박하는 것"이라고 따졌고 이 원내대표는 "협박한 적 없다"며 "말씀을 삼가셨으면 한다"고 대꾸했다.

이 과정에서 서로 말을 끊는 것은 예사였고 "제 말을 잘못 알아들으신 것 같다"(박영선), "(제기된 의혹에) 증거 있나"(이완구)라며 신경전이 이어졌다.

격앙된 분위기 탓에 회동을 비공개로 전환하는 데도 한참이 걸렸으나 두 사람의 '담판' 결과를 기다리는 취재진 사이에서는 더는 시간을 끌 수 없는 두 사람이 어떻게든 결론을 낼 거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왔다.

이 원내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예상대로 1시간 40여분 뒤에 총 11개 항의 합의사항을 발표하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 웃는 얼굴로 악수하고 헤어졌다.

양당이 13일 본회의를 열어 세월호 특별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데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오는 14일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여론이 쏠리면 '세월호 정국'을 타개할 동력이 줄어드는 데다 교황이 15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과 생존자를 만나기로 한 상황에서 특별법 논의가 길어지면 여야를 향한 비판이 가중될 수 있었던 탓이다.

여야가 이처럼 극적인 합의를 이뤘으나 새정치연합 안에서는 합의 내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최민희 의원은 트위터에 "김기춘 실장도 없이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후) 사라진 7시간을 어떻게 밝혀내나"라며 "선거 패배가 세월호 면죄부라도 되나"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김 실장의 증인채택을 확실하게 못박지 못하고, 여야 간사협의에 결정을 위임한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은수미 의원과 김현 의원은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공유하는 카카오톡에 각각 "아무것도 못 얻었네요", "가족들이 언론 속보를 통해 알았습니다"라는 글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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