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대통령 풍자 그림 전시 막아… 작가 "김기춘 실장 모습도 빼라 했다"

입력
2014.08.06 17:52
광주시가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전시 불가 입장을 밝힌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 작품. 박 대통령이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조종을 받는 허수아비로 묘사돼 있다. 광주=뉴시스
광주시가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전시 불가 입장을 밝힌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 작품. 박 대통령이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조종을 받는 허수아비로 묘사돼 있다. 광주=뉴시스

광주시가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내용의 걸개그림 전시 불가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6일 광주시와 광주비엔날레에 따르면 광주비엔날레 창설 20주년 기념 특별 프로젝트에 참가한 홍성담 작가의 ‘광주정신’전을 8일부터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가질 예정이다.

1980년대 대표적인 민중미술작가인 홍씨는 이번 전시에 가로 10.5m, 세로 2.5m의 대형 걸개그림 ‘세월오월’을 출품키로 하고 작품 제작을 마쳤다. 이 작품은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당시 주먹밥을 나눠주던 오월 어머니가 힘차게 세월호를 들어올리는 장면이 포함됐다. ‘광주정신’이 세월호 희생자를 위로하고 치유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박 대통령을 조종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홍씨는 큐레이터와 작품 제작에 참여한 작가들과 논의를 거쳐 박 대통령의 모습을 허수아비로 형상화하고 5월 시민군이 놀라는 모습을 함께 그려 넣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로봇물고기로 형상화했고, 전두환 전 대통령과 국정원도 그림에 담겼다.

홍씨는 “시가 대책회의까지 열어 ‘김기춘 실장을 빼라’는 등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난했다. 광주시는 “그림 일부 내용이 광주비엔날레에서 당초 제시한 사업계획의 목적 및 취지에 부적합하다”며 “공공청사인 시립미술관이나 외벽 전시를 일체 불허하고 그림 제작 및 전시 관련자에 대해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김종구기자 so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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