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병 사건' 살인죄 적용 할 수 있나

입력
2014.08.04 20:00

선임병들 고의 입증 증거 찾아내야

지난 31일 서울 영등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임태훈 소장이 지난 4월 선임병들에게 집단구타 당한 후 사망한 28사단 윤아무개(23) 일병 사망사건과 관련 현안 브리핑 중 일부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1일 서울 영등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임태훈 소장이 지난 4월 선임병들에게 집단구타 당한 후 사망한 28사단 윤아무개(23) 일병 사망사건과 관련 현안 브리핑 중 일부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군 검찰이 4일 윤모 일병에 대한 폭행ㆍ가혹행위(상해치사)로 기소된 병사 4명과 이를 묵인한 유모 하사 등에 대해 살인죄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유죄 입증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추가 수사에서 보다 강력한 증거를 찾아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군 당국이 가해 병사들을 살인죄로 기소하더라도, ‘살인의 의도’와 ‘행위의 고의성’을 입증할 물증과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 등이 있어야만 유죄 입증이 가능하다. 죽일 의도를 가지고 폭행했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으면 ‘폭행에 의한 사망’이 명백하더라도 살인죄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번 사건에서 가해 병사들이 흉기 등을 사용하지 않고, 윤 일병이 쓰러진 뒤 맥박과 산소포화도를 측정한 정황은 살인죄 적용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행위가 살인에 고의가 없었다는 간접 정황으로 받아들여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까지 군 집단 가혹행위로 인한 사망 사건에 살인죄가 적용된 전례가 없는 점, 살인죄로 기소된 사건의 경우 법원이 다른 형사사건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입증 책임을 요구하는 것도 살인죄 적용이 쉽지 않은 이유다. 재경지법의 한 형사법관은 “지금까지 수많은 (군대 내) 구타 사망 사건이 있었지만, 살인죄로 유죄를 선고한 사례가 없는 것은 군 특유의 폐쇄성으로 인해 (법원이 요구하는)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가해 병사들 사이에서 ‘(윤 일병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대화가 있었다거나 비슷한 수준의 인식이 있었다는 자백이나 정황이 없는 한 살인죄 적용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고등법원의 한 법관은 “현행 형법과 판례는 (살인 사건에 대해) 흉기 사용 여부 및 범행 후 정황 등을 중요하게 고려해 판결을 내린다”며 “가해 병사들이 어떻게든 의료 행위를 했고, 흉기도 등장하지 않는 이상 재판부로선 (유죄 판결을 내리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군 당국의 추가 조사로 윤 일병의 급소 가격 여부 등 폭행 수단과 방법에 대해 좀 더 구체적 정황이 드러난다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손정혜 변호사는 “(살인죄 적용에 대한 법원의) 최근 추세를 보면, 잔인한 폭행 수단이나 방법으로 피해자를 위협했거나, 급소 부분에 대해 가격을 했는지 등을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며 “결국 얼마나 많이, 생명에 위협을 가할 만큼 때렸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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