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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현안 다룬 '화해를 위하여' 문체부, 2006년 교양도서 지정

보추협 등 "위안부, 독도 등 여러 부분에서 일본측 논리 대변" 주장

박유하 교수와 그의 저서 '화해를 위해서'.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들(조선인 징용자) 중에는 천황 폐하를 위해 공헌하는 일에 의해 진짜 일본국민으로 인정받기를 원하던 이들도 적지 않았다(중략) 야스쿠니 신사에 모셔지는 일로 자기실현을 하고 싶었던….’(박유하 ‘화해를 위해서’ㆍ137~138쪽)

‘군인들에 의한 폭력을 또 다른 군인과의 감정적 교류에 의해 상쇄시키고 있었을 수도 있는 위안부 이전의 개인으로서의 감정이 무시되고 있다. 군인과 위안부의 로맨스에 대해….’(위 책ㆍ85쪽)

박유하 세종대 일어일문학과 교수가 2005년 쓴 ‘화해를 위해서’가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자기실현을 위해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되는 것을 바란 조선인 징용자가 있고 독도를 일본과 공유하자는 내용의 책이 2006년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우수교양 도서로 지정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 책은 국가 예산으로 학교, 복지시설 등에 배포됐다.

책은 위안부, 야스쿠니 신사, 독도, 일본 우익 교과서 등 네 가지 현안을 다룬다. 박 교수는 “한ㆍ일 양측의 주장이 지닌 문제점을 비판하고 화해를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고 주장하지만 내용 일부는 일본의 주장을 그대로 옮긴 것이어서 반발이 크다. 위안부를 ‘매춘부’ ‘일본군의 협력자’로 매도했다는 이유로 위안부 피해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제국의 위안부’도 이 책을 모티프로 삼고 있다. 박 교수는 이 책의 일본어 번역본으로 2007년 일본 아사히신문이 제정한 오사라기 지로(大佛次郞) 논단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박 교수는 책에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 독도를 ‘불화의 불씨를 남겨놓은 것보다는 서로 양보하면서 공유’하자거나 ‘한일간의 평화를 상징하는 평화의 섬’(191쪽)으로 만들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소송을 돕고 있는 박선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책이 ‘제국의 위안부’보다 추상적이기는 해도 우수교양도서로는 선정될 수 없는 책”이라며 “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하는 등 선정 취소를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야스쿠니 신사 한국인들의 합사 취소소송을 추진하고 있는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보추협)도 공식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김민철 보추협 집행위원장(민족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된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좀더 일찍 문제제기를 했을 것”이라며 “선정 기준과 과정 등을 파악해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반발이 커지자 문체부는 해명에 급급했다. 문체부 출판인쇄산업과 관계자는 “책 선정 작업은 매년 위촉되는 선정위원들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있으며 정부는 개입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책임을 미뤘다. 당시 선정위원으로 참여했던 교수들은 한결같이 “책도 저자도 기억이 안 난다. 한정된 시간에 수많은 책을 봐야 해서 내용까지 확인할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선정과정 자체가 졸속으로 이뤄진 셈이다.

박 교수는 단체들의 반발과 소송 움직임에 대해 “이 책이 좋은 평가를 받고, 젊은 사람들에게 더 많이 읽힐 수 있어 기뻤는데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이미 진행되고 있는 (제국의 위안부) 고소에 한 가지를 추가하는 것인데, 고소 자체가 무리한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박유하 교수. 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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