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록 유출 의혹 면죄부 준 검찰

입력
2014.06.09 20:00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을 제외한 김무성ㆍ서상기 의원, 권영세 주중대사,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 등 고발된 나머지 8명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대화록을 누설한 정 의원은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지난해 7월 시작된 수사가 1년이나 됐지만 나온 결과물을 보면 매우 실망스럽다.

검찰은 2012년 대선 직전 부산유세에서 대화록 내용을 낭독한 김 의원의 무혐의 근거로 공공기록물관리법상 업무처리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당시 현역 의원이 아니어서 공무원에 한정된 처벌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대화록 실종 사건과 관련해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 등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 법은 공무원이 아니라도 처벌 대상이 되는 등 더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같은 대화록인데 유출본이 국정원에 있었다는 이유로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적용하지 않은 것은 형평성 논란을 부를 소지가 크다.

대화록 유출의 경로와 과정을 밝혀내지 못한 것도 검찰의 태도를 의심하게 만든다. 김 의원은 검찰 조사에서 “찌라시 형태로 대화록 문건이 들어와 검토 후 발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앞서 당내 비공개회의에서 “대화록을 입수해 다 읽어봤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6개월 후에 공개된 국정원 발췌본을 부산유세 때 발언과 대조했더니 여덟 군데, 744자가 토씨까지 똑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검찰은 김 의원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출처를 밝혀내기 위한 최소한의 시도도 하지 않았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의 발언이 아니더라도 ‘노무현 NLL 포기’는 실체 없는 정치공작이었음이 드러났다. 그 결과 국가기밀이 선거와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고 국론은 분열되고 국익이 훼손됐다. 이런 국기문란 행위에 대해 검찰은 면죄부를 줬다.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검찰은 할 말이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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