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스위스 은행 사건 전말

입력
1995.10.29 00:00

◎미서 19만불 몰래 분산예치 들통/검찰수사 “출처 스위스 은행” 확인/노 전 대통령 거액도피설 증폭계기미연방검찰은 93년 1월27일 노태우전대통령의 딸 소영(34)씨와 사위 최태원(35)씨 부부를 기소했다. 소영씨 부부는 90년 2월1일부터 6일까지 캘리포니아주 11개 은행에 19만2,576달러를 분산 예치하면서 신고를 하지않아 개인계좌에 1만달러이상을 입금할 경우 신고토록 돼있는 연방 현금거래신고법을 위반한 혐의였다.

5월5일 미법원이 소영씨부부에 대해 집행유예와 함께 예금전액 몰수를 선고할 때까지 3개월여동안 국내외의 관심은 사건의 핵심인 돈의 출처에 집중됐다. 소영씨부부는『미국 회사에서 받은 연봉과 수당등 급여, 미국에 거주하는 최회장 친인척 7∼8명이 준 돈등을 모은 것』이라고 강변했다. 88년 9월 소영씨와 결혼한 최씨는 시카고대학에서 학업을 마친 뒤 선경그룹 미국 현지법인인 선경 아메리카의 이사대우로 근무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담당한 연방검사는 공판 과정에서 『19만여달러를 묶은 돈띠가 스위스은행 것이다. 돈은 스위스은행에서 인출됐다』며 『출처는 한국 정계에 있으면서 정부와 관련된 인물』이라고 수사내용을 공개했다. 국내에서는 말로만 떠돌던 노전대통령의 스위스은행 거액 도피설이 증폭되어갔다. 더욱이 재판부가 소영씨부부의 밀반입 부분을 인정하지 않자 『한국 정부인사가 스위스에서 돈을 인출, 미국으로 직접 갖고 들어와 소영씨부부에게 건네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있게 나돌았다.

이와 관련해 당시 수사검사였던 존 맨데즈 전 북캘리포니아 연방검사(현 변호사)는 최근『소영씨부부를 기소하기 전인 93년 1월 주미한국대사(현홍주)가 워싱턴에서 산호세 검찰청의 사무실로 직접 찾아와 사건이 언론등에 노출되지 않도록 비밀을 지켜달라고 부탁했으나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당시 수사를 통해 19만여달러가 스위스은행에서 들어왔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으며 관련 정보도 스위스은행에서 입수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앞서 93년 6월에도 이 사건을 추적해온 미연방세관특별수사반 당국자가 『19만여달러 미국내 밀반입과정에 한국 정부의 외교행낭이 이용됐을 가능성이 크다. 운반자 윤곽도 파악하고 있다』고 폭로한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미연방검찰의 수사내용과 달리 여론에 떠밀려 외화밀반출혐의에 대해 뒤늦게 수사에 나선 우리 검찰은 수사착수 1년5개월여만인 지난해 9월 「무혐의」결정을 내렸다. 소영씨부부가 제출한 소명서에 외화 조성경위가 명확히 드러나있고 국내에서 밀반출됐다는 혐의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황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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