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6일 나왔다. 12∙3 불법계엄사태 이후 여야 지지율이 뒤집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에서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10명 중 6명꼴로 다수였지만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민주당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과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 역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보였다.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 지지율은 30% 아래로 내려왔고 여권에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계엄사태 이후 민주당의 연이은 강공 모드에 대한 여당의 반사이익과 보수 결집이 두드러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기관이 지난 13~15일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5%, 민주당 33%로 오차범위(±3.1%포인트) 내에서 접전을 보였다. 윤 대통령의 불법 계엄 선포와 탄핵 소추안 여파로 한 달 전(12월 셋째주)만 해도 39%에 달했던 민주당 지지율은 6%포인트 떨어졌고 반대로 26%로 고꾸라졌던 국민의힘 지지율은 9%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민심의 바로미터인 서울과 인천∙경기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각각 34%, 36%로 민주당(29%, 34%)을 앞섰다.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해 파면해야 한다’는 응답이 59%, ‘탄핵을 기각해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응답은 36%로 윤 대통령 탄핵을 바라는 민심은 과반이었지만 나머지 응답은 계엄사태 초기와 확연히 대조적이었다.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은 28%로 전주와 비교해 3%포인트 하락한 반면, 이번 조사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13%로 상승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8%, 오세훈 서울시장 6%,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5%로 이들 여권주자 지지율을 모두 합치면 이 대표의 지지율을 뛰어 넘었다. 야권 주자 중에선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동연 경기지사가 각각 3%를 획득했다.
‘올해 대선이 치러진다면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민주당 후보’라는 응답이 36%, ‘국민의힘 후보’라는 응답이 33%로, 이 역시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맞섰다. 지난주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 후보 41%, 국민의힘 후보는 29%였다.
전문가들은 우선 보수 성향 지지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응답한 결과로 해석한다. 전체 응답자 1,005명 가운데 △진보 성향은 257명 △중도 327명 △보수 344명으로 지난주 같은 조사(진보 291명∙중도293명∙보수 328명)와 비교해서도 보수 응답자 비율이 늘었다.
보수 응답자 과표집을 감안해도 이 같은 수치는 탄핵 정국을 주도한 민주당 입장에선 충격적인 성적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 잇따른 강공으로 인한 여당의 반사이익 효과와 보수층 결집의 결과'로 해석했다. 엄 소장은 “지난 12월 27일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시도가 민주당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변곡점이 됐다”며 “윤 대통령 체포 이후 보수층은 더욱 결집할 것이고 민주당이 책임 있는 국정운영자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당분간 민주당은 물론 이재명 대표도 지지율에서 치고 나가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윤 대통령이 좋아서가 아니라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민주당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크다”며 “자칫하다간 탄핵에 대한 정당성까지도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상대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자세한 내용은 NBS나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