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이 15개월 만에 '6주 휴전'을 타결한 배경으로는 '미국의 압박'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변심'이 꼽힌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에 이어 '신권력'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까지 휴전을 밀어붙이며 '거절하기 힘든 기류'가 형성됐다. 또 '전쟁 중단 땐 연립정부 붕괴'를 압박했던 극우 파트너가 분열되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 결과를 받아들일 정치적 공간이 넓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중동 지역 영구 평화 달성까지는 불안 요소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휴전 성사에 주요 역할을 한 국가는 단연 미국이다. 미국 CNN방송은 15일(현지시간) "이날 타결된 합의안은 지난해 5월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했던 '3단계 휴전안' 구성을 밀접하게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3년 10월 7일 전쟁 발발 이래 바이든 정부가 중재 노력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휴전을 이끌어냈다는 얘기다. 그간 바이든 외교라인 최고위 인사들이 중재국인 카타르 이집트 요르단과 이스라엘을 수차례 오가는 '셔틀 외교'를 반복하기도 했다.
결정적 계기는 트럼프 당선자의 2024 미 대선 승리로 평가된다. 유대계 유권자 눈치를 봐야 했던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당선자는 재선 직후 정치력을 바탕으로 이스라엘을 더 거칠게 몰아붙일 수 있었다. 특히 트럼프의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평화특사가 지난 11일 네타냐후 총리에게 "거래의 결과를 원한다"고 강하게 압박하자 이스라엘도 '더는 휴전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휴전 타결로 트럼프는 20일 취임 전에 '성가신 국제 갈등'을 제거하고 정권 초기 성과도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결국 "퇴임 전 성과를 내고 싶었던 바이든과 공로를 차지하고 싶은 트럼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휴전이 타결됐다"는 것이 CNN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자도 각각 "끈질긴 외교의 결과" "역사적인 2024 미 대선 승리 덕분"이라며 스스로에게 공을 돌렸다. 다만 미국 정치권이 이번 전쟁 기간 이스라엘 무기 지원을 적극 지지했던 만큼 '평화의 주역'으로만 부각돼서는 안 된다는 경계론도 나온다고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입장 변화'는 휴전 타결의 또 다른 축이었다. 그간 정치적 생존을 위해 강경파 연정 파트너에 끌려다니던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 협상에서는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이를 두고 영국 가디언은 "현시점에서 조기 총선을 치를 경우 일부 극우 의원들이 의회(크네세트) 의석을 잃을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고 지적했다. 권력 상실을 우려한 극우 의원들이 전쟁 지속 압박을 줄였고 네타냐후 총리가 실각 위험을 낮춘 채 휴전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힘'을 앞세운 트럼프 당선자 측 압박에 네타냐후 총리가 꺾였다는 해석도 있다. NYT는 "네타냐후가 휴전 성사 직후 트럼프 당선자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감사를 표하고 그 뒤에야 바이든과 통화했다"며 "의미심장한 순서"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내각이 지난 15개월간 전쟁을 통해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무장 정파 하마스·헤즈볼라 군사력을 상당 부분 파괴해 안보 위협이 줄어들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전쟁 재개 가능성도 여전하다. 우선 총 세 단계인 이번 휴전 절차 중 첫 단계인 6주 휴전 기간이 끝난 뒤 평화 프로세스가 모호하다. 이미 휴전 과실을 따먹은 트럼프 당선자가 취임 후에도 가자지구 문제에 관심을 가질지 역시 미지수다. 하마스와 이스라엘 극우가 각각 재결집해 폭력을 자극할 공산도 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동의 지속가능한 평화' 달성 목표에 비하면 6주 휴전 타결은 쉬운 일일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