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살인 게임이 벌어지는 동화 같은 세트장과 드라마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음악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또 다른 얼굴이다. 시즌1(2021)에 이어 시즌2(2024) 제작에도 참여한 채경선 미술감독과 정재일 음악감독, 시즌2에서 새로 합류한 김지용 촬영감독을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들은 ‘오징어 게임’의 고유함은 지키되 시즌2만의 재미를 더할 방법을 오래 고민했다고 한다.
시즌1 미술 연출로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던 채경선 감독은 시즌2 제작에 큰 중압감을 느꼈다. 초반에는 변화에 몰입했다. ‘오징어 게임’의 트레이드마크인 녹색 체육복을 하늘색으로 바꾸는 방안부터 게임장 숙소의 이불 색깔, 운영진의 가면 디자인 변경 등을 고려했다. 채 감독은 “새롭게 하고 싶은 마음에 초반에 엉뚱한 도전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팬들이 좋아하는 것들은 그대로 가기로 했다”며 “너무 잘하려 하기보단 부담감을 내려놓는 데 에너지를 쏟았다”고 말했다.
시즌2 게임장 바닥의 O·X 표시엔 조명을 사용해 강조했다. 채 감독은 “황동혁 감독은 형광색 페인트로 그리자고 했는데 제가 반대했다”며 “바닥에 조명을 심어서 표현하되 무거운 장비들이 오가도 깨지지 않는 소재 등을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채 감독이 시즌1 준비 당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영희를 스케치하며 옆에 짝꿍처럼 그려뒀던 철수는 시즌3에 등장한다. 그는 "철수를 실제로 만들게 될 줄 몰랐다"며 "시즌3에선 새로운 게임장이 많이 나오니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시즌1으로 크리에이티브 아트 에미상 프로덕션디자인 상과 미국 미술감독조합상 ‘1시간 현대극 싱글 카메라 시리즈’ 부문에서 수상한 채 감독은 시즌2로도 미국 미술감독조합상의 같은 부문 후보에 올랐다. 수상자는 다음 달 15일(현지시간) 발표된다.
시즌1과 마찬가지로 시즌2에서도 배경음악이 화제였다. 가수 겸 작곡가인 정재일 음악감독은 “시즌1보다 시즌2 때 더 이야기에 푹 빠져서 작업했다”며 “이번에는 유난히 즉흥적으로 나온 곡이 많았다”고 말했다. ‘타임 투 세이 굿바이’ ‘그대에게’ 등 황동혁 감독이 대본 단계에서부터 정해놓은 기성곡 외의 음악은 모두 정 감독이 만들었다. 그는 “5인6각 게임에서 참가자들이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한마음으로 서로를 응원한 장면, O·X 투표에서 드러난 집단적인 광기 등이 영감을 많이 줬다”고 말했다.
영화 ‘기생충’(2019) 음악으로 할리우드 뮤직 인 미디어 어워즈(HMMA)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정 감독은 ‘오징어 게임’ 시즌1으로 HMMA TV쇼·드라마 부문 음악상을 수상했다.
시즌2에 새로 합류한 김지용 촬영감독은 시청자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게임을 체험하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 김 감독은 “시청자가 게임 참가자 중 한 명처럼 느낄 수 있게 인물과 사건을 가까이에서 많이 촬영했다”며 “전지적으로 보는 관점도 넣어 가까이에서 볼 때와 멀리에서 볼 때의 차이에서 느껴지는 재미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시즌2 전체를 관통하는 색깔로는 빨강과 파랑을 택했다. 성기훈(이정재)이 지내는 모텔 외관 등 현실 세계와 게임장 내부 O·X 바닥 등에서 일관되게 이 색을 사용했다. 김 감독은 “게임장 안과 바깥이 별로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