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색 체육복? 영희 짝꿍 철수 등장?... '오징어 게임2' 비하인드

입력
2025.01.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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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2' 미술·음악·촬영 감독 인터뷰
채경선 미술감독 "초반엔 엉뚱한 도전도"
정재일 음악감독 "집단 광기 등에서 영감"
김지용 촬영감독 "빨강·파랑이 메인 색깔"

잔혹한 살인 게임이 벌어지는 동화 같은 세트장과 드라마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음악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또 다른 얼굴이다. 시즌1(2021)에 이어 시즌2(2024) 제작에도 참여한 채경선 미술감독과 정재일 음악감독, 시즌2에서 새로 합류한 김지용 촬영감독을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들은 ‘오징어 게임’의 고유함은 지키되 시즌2만의 재미를 더할 방법을 오래 고민했다고 한다.

미술감독 "체육복 색깔 바꿀까 고민해"

시즌1 미술 연출로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던 채경선 감독은 시즌2 제작에 큰 중압감을 느꼈다. 초반에는 변화에 몰입했다. ‘오징어 게임’의 트레이드마크인 녹색 체육복을 하늘색으로 바꾸는 방안부터 게임장 숙소의 이불 색깔, 운영진의 가면 디자인 변경 등을 고려했다. 채 감독은 “새롭게 하고 싶은 마음에 초반에 엉뚱한 도전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팬들이 좋아하는 것들은 그대로 가기로 했다”며 “너무 잘하려 하기보단 부담감을 내려놓는 데 에너지를 쏟았다”고 말했다.

시즌2 게임장 바닥의 O·X 표시엔 조명을 사용해 강조했다. 채 감독은 “황동혁 감독은 형광색 페인트로 그리자고 했는데 제가 반대했다”며 “바닥에 조명을 심어서 표현하되 무거운 장비들이 오가도 깨지지 않는 소재 등을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채 감독이 시즌1 준비 당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영희를 스케치하며 옆에 짝꿍처럼 그려뒀던 철수는 시즌3에 등장한다. 그는 "철수를 실제로 만들게 될 줄 몰랐다"며 "시즌3에선 새로운 게임장이 많이 나오니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시즌1으로 크리에이티브 아트 에미상 프로덕션디자인 상과 미국 미술감독조합상 ‘1시간 현대극 싱글 카메라 시리즈’ 부문에서 수상한 채 감독은 시즌2로도 미국 미술감독조합상의 같은 부문 후보에 올랐다. 수상자는 다음 달 15일(현지시간) 발표된다.


음악감독 "즉흥적으로 나온 곡 많아"

시즌1과 마찬가지로 시즌2에서도 배경음악이 화제였다. 가수 겸 작곡가인 정재일 음악감독은 “시즌1보다 시즌2 때 더 이야기에 푹 빠져서 작업했다”며 “이번에는 유난히 즉흥적으로 나온 곡이 많았다”고 말했다. ‘타임 투 세이 굿바이’ ‘그대에게’ 등 황동혁 감독이 대본 단계에서부터 정해놓은 기성곡 외의 음악은 모두 정 감독이 만들었다. 그는 “5인6각 게임에서 참가자들이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한마음으로 서로를 응원한 장면, O·X 투표에서 드러난 집단적인 광기 등이 영감을 많이 줬다”고 말했다.

영화 ‘기생충’(2019) 음악으로 할리우드 뮤직 인 미디어 어워즈(HMMA)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정 감독은 ‘오징어 게임’ 시즌1으로 HMMA TV쇼·드라마 부문 음악상을 수상했다.


촬영감독 "다양한 관점서 게임 체험하도록 찍어"

시즌2에 새로 합류한 김지용 촬영감독은 시청자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게임을 체험하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 김 감독은 “시청자가 게임 참가자 중 한 명처럼 느낄 수 있게 인물과 사건을 가까이에서 많이 촬영했다”며 “전지적으로 보는 관점도 넣어 가까이에서 볼 때와 멀리에서 볼 때의 차이에서 느껴지는 재미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시즌2 전체를 관통하는 색깔로는 빨강과 파랑을 택했다. 성기훈(이정재)이 지내는 모텔 외관 등 현실 세계와 게임장 내부 O·X 바닥 등에서 일관되게 이 색을 사용했다. 김 감독은 “게임장 안과 바깥이 별로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