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실패는 없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15일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성공했다. 지난 3일 1차 영장 집행 때 관저 진입 후 5시간 30분 만에 '빈손' 퇴각했던 공수처와 경찰은 이번엔 어스름이 깔리기도 전인 캄캄한 새벽부터 체포 작전을 개시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인 수천 명의 대통령 지지자와 관저 안에 설치된 1·2·3차 저지선을 차례로 돌파한 끝에 약 7시간 만에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과 공수처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이날 오전 4시 10분쯤부터 순차적으로 관저 앞에 도착했다. 공수처는 1차 집행 땐 오전 6시 14분쯤 과천 청사를 나섰는데 이날은 출발 시간을 3시간 가까이 앞당겼다. 오전 4시 39분쯤 체포조를 태운 경찰 버스까지 도착하자, 전날 오후부터 밤을 새워 자리를 지키던 대통령 지지자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관저 진입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다. 관저 앞까지 가는 것부터 녹록지 않았다. 앞서 경찰기동대가 15일 자정을 기해 관저 앞 집회를 강제해산시키며 진입로를 확보했으나 오전 4시 47분쯤 '형사' 조끼를 입은 체포조가 진입을 시도하자 격앙된 일부 지지자들이 "철수하라!" "탄핵 무효" 등을 외치며 수사팀을 막았다. 윤상현 김기현 등 국민의힘 의원 40여 명과 당 관계자 40여 명도 관저 앞에서 5~6줄의 '인간띠'를 만들어 방패막이를 자처했다. 오전 5시 20분쯤에는 윤 대통령 변호인단도 가세했다.
공조본은 오전 5시 55분쯤 관저 정문에서 윤 대통령 등에 대한 체포·수색영장을 제시하고 "집행을 방해하면 현행범으로 체포한다"고 수차례 고지했으나 소용 없었다. 한때 체포조와 국회의원, 변호인단이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대치 상태는 한 시간을 넘어갔다. 일부 경찰은 오전 6시쯤 경호처가 설치해놓은 철조망을 잘라내거나 정문이 아닌 매봉산 등산로로 우회 진입을 시도했다. 공조본이 처음 관저 진입에 성공한 시간은 오전 7시 31분. 사다리를 타고 경호처가 겹겹이 세워둔 버스 차벽을 넘어 수십 명이 관저로 향하는 언덕길을 올랐다.
1차 저지선을 넘기까지 2시간 넘게 걸린 반면, 2·3차 저지선 돌파는 순식간이었다. 1차 저지선 통과 후 20분도 지나지 않은 오전 7시 47분쯤 공조본은 정문에서 100~150m 떨어진 2차 저지선에 도착했고, 별다른 저항 없이 풀숲으로 우회해 차벽을 1분 만에 뚫었다. 이 과정에서 공조본을 제지하는 경호관들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경호관 대부분은 경호처 수뇌부 지시를 거부한 채 대기동 등에서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조본은 오전 8시 5분쯤 관저 앞 마지막 저지선인 초소에 진입했다. 지난 1차 집행 땐 이곳에서 경호처 직원 200여 명이 '인간방패'를 만들어 거세게 저항했으나 이날은 달랐다. 공수처 수사관들은 초소를 통해 관저 내부로 들어간 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변호인단, 경호처 직원들과 영장 집행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만 해도 금방이라도 윤 대통령 체포가 가능할 것으로 점쳐졌다. 오전 8시 28분쯤 굳게 닫혀있던 관저 철문이 열리고 경호처 소유로 추정되는 차량들이 나올 땐 윤 대통령이 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관저 부근에선 한동안 움직임이 없었다. 윤 대통령 측이 체포가 아닌 자진 출석을 고집하면서 협의 과정에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공조본은 끝까지 "체포영장 집행" 원칙을 천명했다. 결국 윤 대통령이 백기를 들었다. 오전 10시 33분쯤 영장이 집행됐다는 공조본 발표가 나왔다. 공조본이 관저로 출발한 지 약 7시간 만이었고, 관저 진입을 시도한 지 4시간 38분 만이었다. 체포된 윤 대통령은 수갑을 차지 않은 채 차량에 탑승했고, 오전 10시 53분쯤 경기 과천의 공수처 건물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 차량은 취재진 등이 대기하던 공수처 건물 정문이 아닌 후문으로 진입했다. 앞서 관저에서 체포영장이 집행되는 모습은 공개되지 않았고, 윤 대통령이 공수처 청사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 역시 경호처 차량이 윤 대통령 차량을 가리면서 거의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