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이태원, 어쩌면 좋을까요"…명태균에게 국정조사 대응책 물었다

입력
2025.01.14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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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윤석열·김건희 메시지 280개 공개
"전투력 있는 의원" 정점식 배현진 송언석 언급
캄보디아 순방 전 "각별히 조심하시라" 조언
김 여사, 경선 때 "야당 1 후보 돼야… 제발요"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에도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에게 수시로 국정 관련 조언을 구한 메시지가 14일 공개됐다. 2022년 이태원 참사 이후엔 명씨에게 국회에서의 대응 방안을 물었다.

뉴스타파는 이날 명씨와 윤 대통령, 김 여사가 나눈 280개 메시지가 담긴 창원지방검찰청의 명태균 사건 수사보고서를 공개했다.

김 여사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대응 방안을 명씨에게 물었다. 김 여사는 국회에서 국정조사계획서가 통과된 2022년 11월 24일 “어찌하면 좋을까요. 이 상태에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의견 주세요”라며 “사태 파악은 이미 다 됐으니”라고 텔레그램을 보냈다.

이에 명씨는 “국정조사 위원으로 당내 의사조율과 전투력, 그리고 언론플레이에 능한 의원들을 포진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정점식, 배현진, 송언석 의원을 거명했다. 그러면서 “국정조사대상 기관에 왜 대통령실 국정상황실,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주호영이 양보했는지 큰 걱정”이라고도 했다. 명 씨는 참사 직후인 2022년 11월 4일에는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님! 민주당의 공격을 미리 방지하려고 김영선의원이 선제적으로 법안을 발의했다”며 관련 기사 링크를 보내기도 했다.

김 여사가 동남아시아 순방 중 앙코르와트 방문을 돌연 취소한 것과 관련해 명씨와 텔레그램 대화를 나눈 사실도 실제 확인됐다. 명씨는 2022년 11월 7일 오전 김 여사에게 텔레그램을 보내 “대통령님께서 해외 순방이 혹시 남쪽으로 가실 일이 있으면 각별히 행동을 조심하셔야 합니다”라고 했다. 김 여사는 메시지로 곧바로 “어떤 이유죠. 캄보디아, 발리 가는데요. 무슨 일 있나요”라고 했고, 명씨가 다시 “제가 대통령님과 여사님이 너무 걱정되어 그런 꿈을 꾼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명씨는 이어 “(동남아시아 국가와는) 한국무기를 수출하고 대금은 천연자원을 받는 대물변제 계약을 체결하면 외교에 큰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날 공개된 메시지에는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경선 중 여론조사에 대한 대화 내용도 포함됐다. 김 여사는 2021년 10월 5일 명씨에게 “야당 1후보는 반드시 되어야 합니다… 제발요”라고 보냈고, 명씨는 이모티콘과 함께 “네 그렇게 만들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당시 경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과 명 씨가 경남 방문 일정 문서를 주고받은 흔적도 확인됐다.

박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