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질서 무시한 윤 대통령이 사법체계 피해자라니

입력
2025.01.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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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어제 대국민호소문을 내 “왜 윤석열 대통령만 사법체계 밖으로 추방돼야 하느냐”며 “자기 방어권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제3의 장소에서의 조사 또는 방문 조사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제안도 했다. 내란죄 수사권 문제를 들어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조사나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해온 윤 대통령 측 대리인과 결이 다른 주장이나 법 감정상 수긍하기 어렵다. 더욱이 공수처와 경찰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하자 시간을 끌어보겠다는 의도도 없지 않아 보인다.

공수처 소환조사 3차례 불응, 경호처를 동원한 체포영장 집행 방해 등으로 법질서를 훼손한 윤 대통령을 사법제도 피해자처럼 묘사한 것부터 어불성설이다. 정 실장은 “남미의 마약 갱단 다루듯 몰아붙인다”면서 “폭압적 위협에 윤 대통령이 무릎을 꿇어야 하느냐”고 했다. 법절차에 따라 국가기관이 진행하고 법원도 인정한 수사를 “폭압적 위협”이라고 규정하는 것도 법치에 어긋난다.

윤 대통령이 임명한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과 정 실장 등이 주장한 방어권 논리는 상황을 호도한다. 오히려 대통령 신분과 법지식을 이용해 수사를 회피하면서 방어권을 과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게 법학자들의 중론이다. 체포영장에 이의신청을 하고 특정 헌법재판관 기피신청을 했다가 기각당한 것이나 변호인을 통해 장외에서 변론을 쏟아내는 것 등은 일반적인 피의자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어제 경호처와 공수처·경찰이 사전 협의를 한 것 자체가 윤 대통령이 특권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을 방증한다.

정 실장은 “수갑을 차고 수사관에게 끌려 한남동 관저를 나서는 것이 2025년 대한민국에 어울리는 모습이냐”고 했으나 영장 집행에 예외가 있어선 안 된다. 무엇보다 수차례 자진 출석을 거부해 강제 구인 상황을 만든 건 윤 대통령 본인이다.

정 실장은 또 "국가기관이 정면충돌해 나라가 분열될 위기 상황을 막아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대국민 호소문을 냈다고 했다. 위기를 막을 길은 있다. 윤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 전에 관저에서 나와 수사에 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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