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재집행을 앞두고 경호처 직원들이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강경파' 경호처 지휘부는 이번에도 윤 대통령을 보호할 기세지만 직원들이 순순히 따를지는 미지수다. 법조계에선 대체로 "위법·불법 명령에는 불복해도 항명이나 직무유기로 처벌받지 않는다"고 해석한다. 항명 혐의로 기소됐다가 최근 무죄를 받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판결이 대표적이다.
1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중앙지역군사법원은 9일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와 관련해 기소된 박 대령에게 항명 혐의 무죄를 선고하면서 △명확한 사건 기록 이첩 보류 명령이 없었고 △이첩 중단 명령은 있었지만, 이는 "정당한 명령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군형법 제44조에선 항명을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군사경찰은 군사법원에 재판권이 없는 범죄를 인지한 경우, 관련 기관에 지체 없이 이첩해야 할 의무가 있다.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의 이첩 중단명령은 '정당한 명령'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경호처 직원들은 공무원이라 항명죄 대신 직무유기죄가 적용되지만, '위법·불법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죄가 되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판사 출신인 오지원 변호사(법률사무소 법과 치유)는 "영장 집행 방해는 경호법상 경호 업무가 아니어서 수행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례도 '위법·불법 명령엔 복종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1999년 대법원은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의 전신) 부장의 비서실장이 대선을 앞두고 허위사실로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책자를 발간·배포하고 기사로 게재하도록 한 사건과 관련해 "부하 직원은 소속 상관의 적법한 명령에 복종할 의무는 있으나 명령이 명백히 위법 내지 불법한 때엔 직무상 지시명령이라 할 수 없으므로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경호처 직원들이 지휘부의 명령에 따라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면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다. 형법상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적법한 직무집행을 방해할 때 성립하는데, 넓은 의미의 폭행·협박만 있어도 성립한다. 법무법인 도담의 김남주 변호사는 "실제 몸에 맞지 않았어도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거나 파출소 안에 오물을 뿌리는 행위만으로도 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된 사례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 윤갑근 변호사 주장대로 경호처 직원이 관저에 진입한 경찰을 체포하면 특수공무집행방해, 이 과정에서 다치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다.
경호처 직원이 총기 등 무기를 사용해 영장 집행 인력이 다치거나 사망하면, 집행 저지에 가담한 직원은 물론이고 윤 대통령까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 또는 치사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다. 차성안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최근 경호처 직원과 그 가족을 위해 공개한 '법률상담 일문일답'에서 "한 명의 일탈이 공동정범 관계로 묶인 대통령과 경호처 직원 전체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절대 무기를 쓰면 안 된다"며 "영장집행 저지 목적은 무기를 사용할 상당한 이유로 보기 어려워 대통령경호법 위반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