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공사가 무안국제공항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현대화 설계 자료 일체에 대한 공개를 거부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실이 자료를 요청했지만 무더기로 비공개 처리한 것이다. 설계사가 작성한 로컬라이저 안전성 검토 결과가 담겼을 자료다.
14일 국회 등에 따르면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은 이달 공항공사에 로컬라이저 개량 공사 실시설계 자료 일체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공항공사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설계사는 이 자료에 △로컬라이저 최적 설치 위치 △파손성(부러지기 쉬운 성질) 확보 방안을 담아야 한다. 로컬라이저 둔덕 자체는 무안공항 개항 때부터 존재했지만 지난해 개량 공사 때 콘크리트 상판이 추가됐다.
이 의원실이 요구한 자료는 △실시설계 종합보고서 △장비 안테나 설계 및 파손성 검토 자료 △현장조사 보고서 △착수·중간·최종 보고회 자료 △외부 의견 수렴 자료 △주간·월간 진도보고 및 수시보고 자료 △기술 검토 이슈 페이퍼(쟁점 자료) △구조 및 안전진단 결과서와 관련 문서 15건이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이 불거졌을 때 정부와 설계사가 작성한 문서를 전부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자료는 발주처와 설계사 간 논의 내용을 보여준 핵심 자료였다.
그러나 공항공사는 자료를 한 건도 공개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공항공사는 답변서에서 “요청한 자료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에 제출한 자료로 동 위원회에서 관리하고 있어 공개가 제한된다”고만 밝혔다.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 보고에 앞서 이 의원실 측을 찾은 공항공사 관계자도 원론적 답변을 되풀이했다. 사고 조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약속이 무색한 상황이다.
블랙박스가 사고기 마지막 행적 4분간을 기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사고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사조위 조사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안 보고에서도 국회의원들의 자료 요청이 잇따랐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사조위에 정보 공개를 강제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고도 등 기초적 사실은 ‘사고 조사에 장애를 안 준다’는 범위를 넓게 잡아 사조위와 공개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관제탑 교신 기록 공개에 대해서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항공철도사고조사법은 ‘사조위가 사고와 관련된 서류나 물건을 소유한 자에게 제출·보존을 요구하거나 물건을 유치할 수 있고, 보존 요구를 받은 자는 해당 물건을 이동·변경·훼손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기존에 보유한 전자 문서의 사본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이 ‘물건의 이동·변경·훼손’에 해당하는지는 따져볼 문제다. 국토부는 7일 무안공항 로컬라이저가 규정에 부합하게 설치됐다고 발표하며 자발적으로 단면도를 공개한 바 있다.
사조위 관계자는 “사조위 내부 규정(훈령)에 따르면 사고 조사 과정에서 얻은 정보가 공개돼 조사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때는 공개되지 않도록 가능한 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하고 이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정”이라며 "다만 이 규정을 공항공사에도 강제할 법적 권한은 사조위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