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어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발의한 내란 특검법에 맞서 비상계엄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주문한 여야가 합의한 특검법 마련을 위해 야당과 협의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국 혼란·국론 분열을 막고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대한 수사권 논란을 매듭지으려면 여당이 특검법을 조속히 발의해 야당과의 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위헌적 요소를 제거한 자체 비상계엄 특검법을 발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9일 야권이 외환죄를 추가해 재발의한 내란 특검법에 대해선 수용 불가를 못 박았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구체 안을 발의하면 충분히 논의 가능하다"며 협상 여지를 열어두었다.
여당의 특검법 발의 결정은 만시지탄이다. 그간 야당 특검법의 위헌성만 지적할 뿐 자체 특검법을 제시하지 않아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여당은 이날도 야당 특검법과 명칭부터 수사 대상·기간 등에서 다른 내용을 담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도 정작 발의 시점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발의는 하지 않은 채 장외 여론전에 몰두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소모적 공방을 피하고 협상을 시작하려면 여당은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의견 수렴 등을 이유로 특검법 발의를 미루는 것은 또 다른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 이를 통해 보수 결집에 따른 지지율 상승은 누릴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집권에 필요한 중도 확장에는 방해가 될 뿐이다.
여당이 특검법을 발의한다면 민주당도 16일로 정한 특검법 처리 시한에 얽매이지 말고 협상의 문을 열어두어야 한다. 언제까지 여당 내 이탈표만 믿고 밀어붙이기를 반복할 것인가. 탄핵 이후 보여준 민주당의 전략 부재가 여야 지지율 격차를 좁힌 요인임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현재 최대 쟁점인 외환죄 추가 논란의 경우, 여야가 계엄과 북풍 공작 의혹의 연관성을 밝힐 수 있는 사안만 선별해 북한 도발을 막기 위한 정당한 조치는 제외하는 식으로 지혜를 모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