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기도 최초 피어프리 전문가 인증 블루베어동물병원 대표원장이자 반려인인 신성우 수의사입니다. 반려견의 이빨 상태가 좋지 않네요. 아직은 어리다고 할 수 있는 5세인데, 보호자님의 걱정이 크시겠어요.
먼저 강아지 이빨의 구성에 대해 간단히 설명드릴게요. 강아지의 유치는 28개이며, 4~9개월령에 유치가 빠지면서 42개의 영구치가 나오게 됩니다. 앞니(Incisors) 12개, 송곳니(Canine) 4개, 작은 어금니(Premolars) 16개, 큰 어금니(Molars) 10개로 구성되어 있어요. 강아지의 이빨은 음식을 찢고, 자르고, 갈아서 소화하기 쉬운 형태로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미국수의치과협회에 따르면, 3세 이상의 강아지 중 80%가 치주 질환(치아를 둘러싸고 있는 치주에 생기는 염증성 질환)을 앓는다고 합니다. 치주 질환은 치은염(잇몸병의 초기 상태), 이빨 손실, 만성 통증 등을 유발할 수 있고요. 이로 인해 강아지는 음식과 영양 섭취가 어려워져, 건강 상태가 악화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강아지가 건강한 이빨을 유지한다면 수명이 평균 20% 이상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요. 반려견의 이빨 건강을 잘 관리하는 것은 반려동물이 우리와 오래 지낼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큰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빨 건강은 반려견의 건강 및 영양섭취와 직결되는 문제이고, 건강 관리를 위해 정기적인 칫솔질과 주기적인 치석제거가 필요합니다.
① 적절한 음식의 급여
반려동물의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습식, 화식, 생식 등 다양한 제품이 많이 나오고 있죠? 여러 재료를 활용한 다채로운 간식들도 늘어나며, 반려견의 입맛이 까다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습식 사료에 익숙해진 나머지 건사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왕왕 보입니다.
건식은 영양성분의 배합을 만족한다는 장점이 가장 크지만, 건사료 자체를 씹음으로써 이빨에 들러붙은 플라크(plaque, 이에 끼는 젤라틴 모양의 퇴적. 장기간 방치하면 단단하게 굳어 치석이 됨)를 제거하는데 효과적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습식, 화식 등 이빨에 잘 들러붙는 음식들을 먹으면, 건식에 비해 이빨 관리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② 모든 강아지는 다르다
모든 강아지의 이빨 구조는 다릅니다. 인간도 치아의 구조, 턱의 구조가 달라 교정을 하는 경우가 존재하죠. 아이들은 종 다양성을 고려했을 때 아래턱이 짧은 강아지, 위턱이 짧은 강아지, 매복치로 인한 구강 구조의 변화 등 여러 변수가 존재합니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관리 방법을 적용했을 때 효과를 못 보는 강아지들이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구강과 관련된 진료가 필요할 경우, 수의사 상담 후 반려견의 이빨 구조에 맞는 관리 방향을 설정하셔야 합니다.
③ 정기적인 칫솔질
반려동물에게 치주 질환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칫솔질의 부재입니다. 이빨에 끼는 치석은 플라크와 세균으로 인해 축적되는데요. 정지적인 칫솔질은 플라크를 제거하고 세균의 번식을 완화합니다. 당연히 치석 예방에도 매우 많은 도움을 주죠.
이때 중요한 점은 ② 모든 강아지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강아지마다 적합한 칫솔질의 방향과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가로 방향 혹은 세로 방향, 적합한 칫솔 구비 등으로 신경 써주셔야 합니다.
위 [자료 1] 은 저희 블루베어동물병원에서 스케일링을 진행한 사례입니다. 사례에 나온 반려견의 보호자는 1년마다 아이를 위해 스케일링을 진행하시고 매일 칫솔질을 해주고 계신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왼쪽과 같이 치석이 쌓였습니다.
이 친구의 경우에는 이빨의 세로 방향으로 칫솔질을 했을 때 치석이 성공적으로 제거되었습니다. 반대로 칫솔질의 방향을 가로방향으로 하게 되면 치석 제거의 효과가 적다는 것을 볼 수 있는 케이스입니다. 정기적인 칫솔질도 중요하지만 칫솔질의 방향도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④ 덴탈껌 급여
큰 알레르기가 없다면 치석 제거에 효과가 있는 덴탈껌을 정기적으로 급여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다만 모든 것은 과유불급.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이니 칫솔질을 대신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시면 안 됩니다.
또한 큰 효과를 바라기 위해 너무 딱딱한 것을 주신다면 [자료 2]처럼 이빨의 파절(부러짐)이 발생하면서 오히려 그 이빨을 빼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려견의 이빨 크기와 건강 상태를 파악하여 적절한 덴탈껌을 급여하셔야 합니다.
⑤ 뼈를 먹이는 것은 주의
간혹 이빨의 치석을 제거하겠다는 목적으로 뼈를 급여하시는 경우가 있는데요. 딱딱한 덴탈껌의 경우와 같이 이빨의 파절이 생기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또한 실수로 뼈 간식을 삼키게 되는 경우, 기도에 걸려 질식을 일으키거나, 몸속에서 소화되지 않으면서 개복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사람은 치아를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문제가 생기면 치과에 찾아가 입을 벌리고 가만히 있을 수 있죠. 당연하게도 반려동물들은 이빨을 직접 관리하지 못할뿐더러 상태의 좋고 나쁨을 표현할 수 없습니다. 입안을 보려 해도, 입을 벌린 상태로 가만히 기다려주지 않죠. 이빨에 문제가 생긴 매 순간 마취를 할 수 없다 보니, 문제가 생길 경우 발치를 추천드리는 것입니다. 또한 강아지에게 이빨은 필요한 부분은 맞지만, 이미 흔들리는 이빨이라면 제 역할을 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차라리 발치를 해주는 게 반려견에게 더 좋은 처치입니다.
속담 중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라는 말이 있죠. 반려동물도 같습니다. 이빨이 안 좋아서 어쩔 수 없이 발치를 하게 되면, 아이는 저작기능을 잘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그에 맞게 부드러운 음식으로 급여를 해주시면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적응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실 겁니다. 저의 답변이 슬기로운 반려 생활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