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령 그린란드 자치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그린란드 매입' 요구에 대해 연일 '수용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다만 트럼프의 '영토 확장 야욕'을 무시하고 넘어갔던 과거와는 결이 좀 다르다. 해당 사안을 진지한 대화 안건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입장도 함께 피력했기 때문이다. 그린란드의 미국 영토 편입을 위해선 군사력 동원도 불사할 수 있다는 트럼프의 '팽창주의'가 더 노골화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의 대응 전략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전날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덴마크인이나 미국인이 아니라, 그린란드인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그린란드 독립국가 건설'이지, '덴마크 자치령 잔류'나 '미국 영토 편입'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오히려 더 주목받은 에게데 총리의 발언은 따로 있었다. "(트럼프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말이었다. 트럼프 1기 정부(2017~21년) 시절에도 제기된 미국 영토 편입 요구를 '허황된 주장'으로 치부했던 그린란드 자치정부 태도가 달라졌다는 방증이다. 특히 '중국의 북극 접근 확대 우려'를 내세운 트럼프의 주장이 단순 허풍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린란드 관리들의 판단이다. AP는 "에게데 총리가 '트럼프의 안보 우려를 이해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미 물밑 대화는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온라인매체 액시오스는 덴마크 정부가 최근 트럼프 당선자 및 에게데 총리 측에 각각 '그린란드의 군사 인프라 확대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의 목표가 '그린란드의 지정학적 가치 확보'라면, 이곳에 주둔하는 미군 전력을 보강하면 된다는 게 덴마크의 입장이다. 액시오스는 "그린란드와 덴마크는 (그린란드 내) 미군 증강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며 "관건은 트럼프의 만족 여부"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가 실제 그린란드 매입을 강행할 경우 비용은 최대 110조 원을 웃돌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미국 부동산 전문가 데이비드 바커의 비용 추산을 인용해 "그린란드의 (금전적) 가치는 최소 125억 달러(약 18조 원)~최대 770억 달러(약 113조 원)일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정면 충돌'에 대비하는 미국의 동맹국도 있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트럼프가 캐나다산 수입품에 '25%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한 데 대한 맞불 조치로 '보복 관세 품목'을 검토하고 있다. 도자기, 강철제품, 가구, 위스키, 과일주스, 반려동물 사료 등 미국산 수입품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후의 수단'으로 미국이 캐나다에 의존하는 필수재의 수출을 막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CNN은 "캐나다 관리들은 미국에 판매하는 (전력 등) 에너지 품목에 별도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며 "무역 전쟁이 현실화하면 미국 기업과 노동자도 경제적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압박하는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