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까지..." 교사 8명 불법촬영한 고3들, SKY 합격자도 포함

입력
2025.01.08 15:00
남학생 3명 범행에 피해 여교사는 8명
질문하는 척 교사 시선 분산 후 불법촬영
주동자 학생은 SKY 대학 수시 진학 예정


대학 입학을 앞둔 부산의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들이 여성 교사들을 상대로 수백 건의 불법 촬영을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7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8명의 여성 교사가 불법 촬영 피해를 당했다. 범행에 직접 가담한 학생의 수는 3명으로,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교사들을 불법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동자였던 학생의 휴대폰에서는 300장이 넘는 불법 촬영물이 발견된 가운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물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범행은 주동자 A군이 교사 다리에 휴대폰 렌즈를 갖다 댄 것이 들키면서 발각됐다. 지난해 11월 A군은 손목이 아프다면서 보건실에 방문했는데, 보건교사 B씨는 학생 손목을 치료하고 잠시 뒤를 돌아본 사이 범행을 당했다. B씨는 "가해 학생이 제가 뒤돈 사이 카메라 렌즈를 치마 아래로 들이밀었다"고 증언했다.

B씨는 이후 학생부장 교사와 교감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A군은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은 교내에서 학급 임원을 맡는 등 평소 행실이 좋았던 학생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피해 교사들은 "(A군이) 성실함을 미끼로 다가와 충격과 배신감이 크다"며 "교사의 선행을 악용해 악질적인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해 학생들, 전학 후 대학 입학하면 그만"

A군 일당은 교사를 불법 촬영하기 위해 협동 작전까지 펼친 것으로 파악됐다. A군이 교사에게 질문하는 척 시선을 끌면 공범 학생들이 휴대폰으로 불법 촬영을 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각자 촬영한 불법 촬영물을 서로 교환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여교사 C씨는 "자기들끼리 '레츠고, 레츠고' 이러면서 놀이처럼 찍은 불법 영상도 확인했다"며 "A군은 교무실에 몰래 들어와 제 책상을 뒤지고 생리대까지 촬영했다"고 밝혔다.

범행이 드러난 후 학교 측은 가해 학생들을 경찰에 신고했고, 가해 학생 무리에겐 강제 전학 처분과 특별 교육 20시간 조치가 이뤄졌다. 피해 교사들은 "전학 간 학교에서 방학을 보낸 후 대학에 들어가면 그만"이라며, 교육지원청과 국민신문고에 학교 측 조치에 대한 민원을 넣은 상태다.

A군은 이른바 SKY 대학(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중 한 곳에 수시전형으로 합격해 현재 등록까지 마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범 학생 중 한 명도 수시 합격한 상태며, 다른 한 명은 정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피해 여교사 D씨는 "제대로 된 반성이나 적절한 처벌을 받기 전에 이렇게 대학에 진학하면 (처벌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오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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