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LG전자 북미이노베이션센터(LG NOVA) 부사장은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둔 LG NOVA는 그룹의 새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혁신 스타트업과 좀 더 빠르게 협업하기 위해 2020년 말 만들어졌다. 올해 CES에서 스타트업 전시관 '유레카 파크'에 둥지를 틀고 9개 스타트업과 함께 만드는 프로젝트 등을 선보였다.
이 부사장이 기자들에게 가장 먼저 자랑한 스타트업은 미국 헬스케어 법인 '프라임포커스 헬스'다. 당뇨와 고혈압 등 만성 질환의 조기 진단 및 사후 관리·회복을 돕는 헬스케어 설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로 LG NOVA의 신사업 인큐베이션 조직에서 출발해 2024년 5월 첫 스핀아웃(기존 회사의 기술이나 제품으로 새 법인을 설립) 성과가 됐다. 출격을 준비 중인 스타트업 '릴리프 AI'도 CES에서 처음 등장했다. 의사가 사용자의 정신 건강을 모니터링해 진료를 돕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을 만든다.
첨단 기술의 경연장이 된 CES에서 국내 대기업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이 대거 전시관을 차렸다. 삼성전자는 유레카 파크에 'C랩 전시관'을 마련하고 15개 스타트업을 소개한다. 현대차그룹의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제로원도 인베랩, 테솔로 등 협업 중인 10개사의 전시를 돕는다. 포스코그룹은 포스텍과 공동 전시관을 차려 그동안 포스코 벤처 플랫폼을 통해 투자 및 육성해 온 20개 벤처기업의 기술과 제품을 전시한다.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①먼저 대기업들이 무엇을 미래 먹거리로 찜했는지다. 이 부사장은 "(대기업이) 왜 스타트업을 지원하느냐면 지금까지 잘했던 것을 꾸준히 잘하면서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를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준으로 본다면 LG NOVA는 디지털 헬스, 에너지 등 클린테크, AI를 LG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찜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AI, 사물인터넷(IoT), 디지털헬스, 로봇을, 현대차는 로봇, 자율주행, 탄소포집기술을 미래 사업으로 골랐다.
②대기업이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 수익을 낼 만한 스타트업으로 어디를 낙점했는지도 점쳐볼 수 있다. 이 부사장은 "1년에 1,500여 개 사업 아이디어를 받아 30개 정도를 뽑아 프로젝트별로 협업할 1, 2개 스타트업을 선발한다"며 "여기 나온 스타트업은 그중 LG NOVA와 협업을 공식 인증한 곳"이라고 덧붙였다. CES 2025가 공식 막을 올린 이날 국가관에서 마련한 스타트업 전시에는 관람객이 다소 한산한 데 반해 이들 전시관에는 끊임없이 관람객이 밀려들어 출시한 기술을 물어보며 사진을 찍었다.
다만 대기업들의 안목이 앞으로도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첫 유니콘 기업은 언제 나오냐"는 질문에 이 부사장은 "(LG NOVA의 투자는) 아직 4년째"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