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 올리비아 허시 별세… 향년 73세

입력
2024.12.28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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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투병 중 사망… '줄리엣'으로 스타덤
"영화 장면, 아동 성학대" 제작사 고소도

1960년대 후반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 역할을 맡아 청순미로 전 세계적 인기를 누렸던 배우 올리비아 허시가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향년 73세.

외신에 따르면 허시 측은 27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고인이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자택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생을 마감했다고 밝혔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남자 주연 배우(로미오 역)였던 레너드 위팅(74)은 이날 고인의 별세 소식에 "나의 아름다운 줄리엣, 이제 편히 쉬기를"이라며 "어떤 불의도 당신을 해칠 수 없다. 세상은 당신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추모의 뜻을 전했다.

고인은 수년간 유방암 투병 생활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이후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2018년 자신의 회고록에서 "작년에 암이 재발했다"고 투병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1951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아르헨티나 국적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허시는 영국 이주 후 배우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대표작은 역시 1968년 개봉된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각색한 이 작품은 이탈리아 영화감독이자 오페라 연출가인 프랑코 제피렐리(2019년 사망)가 메가폰을 잡았다.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허시는 여자 주인공 줄리엣을 연기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1969년 골든글로브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청순하고 조각 같은 외모로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주요 출연작은 '블랙 크리스마스'(1973), '나일강의 죽음'(1978), '아이반호'(1982), '마더 테레사'(2003) 등이다.

이른 유명세로 방황도… "하루아침에 슈퍼스타"

이른 나이에 유명해진 탓에 방황하기도 했다. 2018년 미국 연예 매체 피플 인터뷰에서 고인은 "너무 많은 일이 빨리 일어났다. 하루아침에 슈퍼스타가 됐지만 나는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71세 때인 2022년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상대역이었던 위팅과 함께 성학대, 성희롱, 사기 등 혐의로 영화사 파라마운트픽처스를 고소했다.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베드신이 주연 배우들 모르게 나체로 촬영됐고, 이 과정이 성추행 및 아동 착취에 해당한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5억 달러(약 6,394억 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듬해 기각됐다. 당시 재판부는 영화 속 베드신이 아동 포르노에 해당하지 않으며, 두 사람이 소송을 제기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판단했다.

허시는 세 번의 결혼으로 자녀 3명을 뒀다. 딸 인디아 아이슬리도 할리우드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유족으로는 남편 데이비드 글렌 아이슬리, 자녀 알렉스·맥스인디아, 손자 그레이슨 등이 있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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