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계엄 규탄 시국선언문, 학교가 제지···시교육청 조사 나섰다

입력
2024.12.17 15:00
'정치 참여 학생은 징계' 학칙 아직도 남아
서울시교육청 "더는 적용돼선 안 될 규정"

서울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올린 12·3 불법 계엄 사태 규탄 시국선언문을 학교 측이 제지하자, 교육 당국이 이를 지적하며 서울 시내 전 고교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17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앞서 15일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A고교 학생들은 학생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총학생회 명의로 12·3 불법 계엄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문을 게재했다. 선언문에는 '우리는 침묵하지 않는다'며 계엄 규탄 행동에 나서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학교 측은 정치 관여 행위를 한 학생에 대해 출석정지·퇴학 등 징계를 내릴 수 있도록 한 학칙을 근거로 학생회에 글을 내릴 것을 요구했고, 끝내 시국선언문은 삭제됐다. 이에 학생들은 학교 측 조치가 청소년의 정치적 의사 표시를 억압했다며 반발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원치 않는 연락을 받는 등 피해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시교육청은 해당 학교를 상대로 관련 내용 파악 및 지도에 나섰다. 시교육청 측은 "문제가 된 A고교에 대한 컨설팅을 계획 중이고, 서울 시내 모든 고교에 학생의 정치 관여 행위를 막는 학칙이 남아 있는지도 전수조사할 것"이라며 "정치 관여 행위에 대한 징계가 더는 적용돼선 안 된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2020년부터 선거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아졌고, 2022년엔 정치관계법이 개정돼 만 16세 이상이면 정당 가입이 가능하다. 관련법 개정을 계기로 정치 관여 행위를 징계했던 학칙은 사라지는 추세다. 시교육청도 2020년 3월과 2022년 4월, 올해 3월과 10월에 걸쳐 관련 학칙을 점검해달란 공문을 일선 학교에 보내기도 했다. 다만 일부 학교에선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단 이유로 여전히 관련 학칙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불법 계엄 사태 이후 각각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모교인 충암고와 명일여고 학생들은 이들을 규탄하는 시국선언문과 대자보를 올리며 비판에 동참한 바 있다.

최은서 기자